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WTO 사무총장 도전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이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한다. 당선으로 이어지면 한국인 최초이자 여성 최초 WTO 사무총장이 된다. 23일 산업부에 따르면 유 본부장은 24일 WTO 사무총장 입후보 관련 브리핑을 열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신임 WTO 사무총장 선출은 브라질 출신 호베르투 아제베두 사무총장이 지난달 갑자기 중도 사임을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의 임기는 내년 8월 말까지다. 임기를 1년 남기고 오는 8월 31일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WTO는 다음달 8일까지 차기 사무총장 후보 신청을 받고 있다.

각 회원국에선 한 명의 후보만 낼 수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유 본부장과 함께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사무총장 입후보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거론돼 왔다.

한국이 WTO 사무총장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95년 WTO 2대 사무총장 선거에 김철수 전 상공자원부 장관이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2013년에는 박태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6대 사무총장에 도전했으나 낙선했다.

후보 등록을 마친 회원국도 적지 않다. 멕시코의 헤수스 세아데 외교부 북미외교 차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M) 이사장, 이집트 외교부 출신 하미드 맘두 변호사, 몰도바의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 전 주제네바 몰도바 대사 등이다.

WTO 사무총장 인선은 164개국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로 이뤄진다. WTO 회원국 간 협의를 거쳐 후보자를 압축하고, 단일후보자를 추대한다.

1995년 출범한 WTO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과 함께 ‘세계 3대 경제기구’로 꼽힌다. 보호무역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유무역체제가 위협받는 가운데 신임 사무총장은 자유무역을 수호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지난달 14일 중도 사임을 선언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건강이나 정치적 야심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이 WTO 미래를 위해 가족과 함께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WTO 상소기구 무력화 등으로 WTO가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압력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유 본부장은 ‘한국의 칼라 힐스(전 미국무역대표부 대표)’로 통하는 국내 통상전문 관료다. WTO가 출범한 1995년에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전문가 선발에 합격해 통상전문 관료의 길을 걸어왔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