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반도 인근에 항공모함 두 척을 전개했다. 남북한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무력 도발이라는 오판을 하지 않도록 시그널을 보내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23일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에 따르면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호와 니미츠호가 지난 21일 필리핀해에서 작전에 나섰다. 미군은 이들 항모가 7함대 구역에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이 구역엔 한반도도 포함된다.

미군은 항모 두 척을 비롯한 항모타격단이 방공훈련, 해상감시, 장거리 공격, 기동훈련 등의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흐름을 고려하면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 해군을 견제할 목적이 커 보인다. 다만 최근 북한이 대남 군사행동 위협을 공언하고 있는 만큼 한반도 안보 정세도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임스 커크 제11항모타격단장은 “우리의 작전은 모든 국가의 이익을 위한 항행 자유와 합법적 바다 이용을 보호하려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두 척의 항모에는 전폭기와 정찰기, 전자전기 등 각각 70여 대의 항공기가 실려 있다. 항모 주변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 능력을 갖춘 이지스 구축함 등이 호위한다.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가 모항인 로널드레이건호까지 가세한 세 척의 항모가 7함대 작전구역에서 활동하는 셈이다. 세 척의 항모가 이처럼 함께 움직이는 것은 1968년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 때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도 세 척이 근거리에서 움직이진 않았다.

이날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스폿에 따르면 미 공군의 대표적 핵전략 자산인 B-52H 전략폭격기 두 대도 필리핀해 인근에서 포착됐다. B-52H는 ICBM, 전략핵잠수함(SSBN)과 함께 미국의 ‘3대 핵전력’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전략 자산이다. 최대 31t의 폭탄을 싣고 6400㎞ 이상의 거리를 비행하는 장거리 폭격기로, 최대 항속거리는 1만6000㎞에 달한다. 이들은 필리핀해에서 항모전단과 함께 작전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전날 이례적으로 정찰기 8대를 동시에 출격시켜 대북 감시에 나서기도 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