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정유, 항공회사들이 ‘코로나 시대 패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JP모간·아람코·보잉…코로나 시대 패자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전 세계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올초부터 지난 17일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은 약 5개월 동안 시가총액 감소폭이 큰 상위 기업 25개를 집계해 이른바 ‘팬데믹으로 패배한 기업들’이라고 보도했다. FT가 최근 선정한 ‘팬데믹에도 번영을 누린 기업들’의 후속 기사인 셈이다. 코로나 승자기업은 비대면 기반 정보기술(IT) 산업과 전염병 백신과 관련한 바이오 산업 등이 대부분이었다. 반대로 코로나 패배자에겐 비대면 경제와 초저금리 등이 독이 됐다. 시총 감소 폭이 가장 큰 25개 회사 중 18개가 정유 및 금융산업에 몰렸다.

전례 없는 초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은행과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들의 수익 악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최근 ‘제로금리’를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JP모간(1300억달러 감소)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1000억달러 감소)는 올 들어 시총의 4분의 1을 잃었다.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는 항공주와 에너지주, 금융주 등 투자한 종목들이 코로나19로 고전하면서 회사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의 손실을 냈고 시총은 1100억달러 감소했다.

정유 업종도 직격탄을 맞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석유 수요가 급감하자 러시아와 감산을 논의했지만 결렬되자 공격적인 증산에 나서 지난 4월부터 산유량을 늘렸고, 4월 말 국제 유가는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사우디 국영 아람코의 시총은 1500억달러 줄었고, 쉘 엑슨모빌 셰브런 BP 등도 고전하고 있다.

FT는 또 “전염병이 항공산업에 끼친 불황은 예상보다 더 장기화할 것”이라며 패자 기업으로 보잉(750억달러 감소)과 에어버스(500억달러 감소)를 꼽았다. 지난주 미 공항의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승객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줄었다. 제너럴일렉트릭 등 전통 제조업의 타격도 크다. 효율성이 중요한 제조업에서 코로나 시대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해 생산라인을 재정비하는 게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봉쇄 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식당과 술집의 영업이 제한되면서 맥주업체 안호이저부시와 코카콜라의 시총은 각각 600억달러, 350억달러 감소했다. 디즈니의 시총은 500억달러 증발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