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500m에 위치한 마을
황토방서 자고 산나물 먹고…
용화사 등 주변 볼거리도 많아
대티골마을의 아름다운 숲길은 2009년 생명의 숲에서 주최한 전국 아름다운 숲 공모전에서 어울림상을 수상했다. 7㎞의 숲길이 이어지는 이 길은 경사가 가파르지 않고 완만해 어른 아이 모두 걷기 편안하다. 길 가장자리에 핀 꽃과 산야초를 관찰하며 천천히 걸으면 3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길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나무의자가 놓여 있어 산길을 오르기 전에 마실 물과 약간의 간식을 준비해가는 게 좋다. 길은 봉화에서 영양을 오가던 옛 국도길, 칠밭길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옛 마을길과 댓골길로 이뤄진다. 대티골마을 사람들은 주변에 자생하는 대나무에서 이름을 따온 게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대티골의 주요 특산품 중에도 대나무 공예품이 있다. 하지만 한자어를 살펴보면 대나무와의 연관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다. 대티골은 한자어 큰 대(大)와 언덕 치(峙)에서 유래했다. 치 자가 구개음화에 따라 티로 소리가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대티골은 고지대에 있다. 대티골은 일월산의 일자봉(1219m)과 월자봉(1205m)의 북동사면과 장군봉(1139m)의 남사면이 만나 이루는 계곡에 자리하고 있다. 해발 450~600m에 생긴 마을이다 보니 기온 일교차가 크고 햇볕이 내리쬐는 시간도 짧다.
마을에선 주로 산나물을 재배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산비탈을 개간해 조성한 밭에 나가 산마늘, 두메부추, 전호, 눈개승마(삼나물), 섬초롱, 쑥부쟁이, 미역취 등을 채취한다. 그중 유명한 것은 명이나물이라 알려진 산마늘이다. 산마늘은 울릉도 특산품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대티골 산마늘도 꽤 이름을 내고 있다고 마을 관계자는 설명했다.
대티골에는 황씨부인당 설화, 일월설화 등이 전해내려오고 있다. 황씨부인당 설화는 신랑의 오해로 첫날밤을 치르지도 못하고 버림받은 여인이 평생 정절을 지키며 살다가 한을 품고 죽었다는 이야기다. 우리 민족의 정한을 담고 있어 여러 문학작품의 소재로 다양하게 원용됐다. 대티골마을을 찾으면 이 같은 설화와 관련된 황씨부인당을 비롯해 일월산, 용화사, 용화3층석탑, 선녀탕, 용화제련·선광장, 동학유적지 등을 함께 관광할 수 있다.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를 거쳐 서안동IC에서 나와 영양군으로 향하면 된다. 군내에 도착하면 문암삼거리에서 직진해 31번 국도 현동방면으로 직진하면 오른쪽에 일월산 자생화공원이 보인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