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ID.3
폭스바겐 ID.3
자동차업계가 1회 충전에 50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3세대 전기차’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456㎞) 충전 없이 주행이 가능해 내연기관차(가솔린·디젤)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충전시간도 대폭 단축된다. 지금은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이 가능한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더라도 1시간은 꼼짝없이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20분 충전으로 500㎞를 주행할 수 있는 3세대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 전기차 시장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성능이 핵심

한 번에 20분 충전으로 서울~부산 가는 전기차 시대 온다
전기차는 주행 능력과 배터리 성능에 따라 1~3세대로 구분된다. 국내에선 현대자동차가 2016년 출시한 아이오닉 일렉트릭(1회 충전 주행거리 200㎞)과 기아자동차가 2017년 선보인 쏘울 EV(180㎞), 르노삼성자동차가 같은 해 내놓은 SM3 ZE(213㎞) 등이 1세대 전기차다. 1회 충전으로 서울 등 수도권과 충청권까지만 운행이 가능했다.

전기차는 2세대로 넘어오면서 주행거리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현대차가 올해 1월 출시한 코나 일렉트릭 2020년형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406㎞에 달한다. 기아차가 3월 내놓은 2021년형 쏘울 부스터 EV(386㎞)와 GM 쉐보레 볼트(414㎞) 등도 2세대 전기차에 속한다.

전기차 주행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에 좌우된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에 들어가는 니켈 비중을 높일수록 고용량 배터리를 제작할 수 있다. 2세대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60% 이상으로 1세대 배터리(33%)의 두 배에 가깝다. 하지만 니켈 함량이 많아질수록 불안정성이 커져 발열과 화재 위험에 노출된다. 니켈 함량을 무조건 끌어올릴 수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전고체 배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고체 방식은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 들어가는 전해질이 액체(리튬이온)가 아니라 고체여서 화재 위험이 작다. 또 초소형화할 수 있어 여러 개의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주행거리를 800㎞까지 늘릴 수 있다. 일본 도요타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1조5000억엔(약 17조원)을 투입해 전기차에 탑재할 계획이다. 국내에선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지난 3월 1회 충전에 800㎞를 주행할 수 있고 1000회 이상 배터리 재충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발표했다.
현대차 콘셉트카 45
현대차 콘셉트카 45
○각양각색 3세대 전기차 출시 앞둬

현대차와 폭스바겐, GM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는 3세대 전기차 모델을 공개하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1월부터 첫 3세대 전기차(코드명 NE)를 생산한다. 1회 충전거리가 450㎞(항속형 기준)를 웃돌고 급속 충전 시 15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차체 길이(4635㎜)와 폭(1890㎜)은 중형 SUV 싼타페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신 내부 공간 규모를 결정짓는 휠베이스(앞뒤 바퀴축 사이 간격)는 3000㎜에 달한다.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2900㎜)보다 길어 넉넉한 공간을 갖춘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만들어 엔진을 넣는 공간을 없앴다. 디자인은 현대차가 지난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45와 비슷할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오는 9월부터 준중형 세단 ID.3 전기차를 고객에게 인도한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MEB)을 활용한 첫 전기차다. 모델에 따라 최대 550㎞를 충전 없이 주행할 수 있다. 폭스바겐은 두 번째 3세대 전기차인 ID.4도 공개했다. 이 차량은 소형 SUV 형태다.
GM쉐보레 볼트EV
GM쉐보레 볼트EV
세계 첫 양산형 전기차인 볼트 EV를 흥행시켰던 GM은 대형 픽업트럭 허머를 전기차로 변환할 예정이다. 픽업트럭이 인기인 미국 시장에서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결정이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이 경쟁 상대가 될 전망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내년 전용 플랫폼(MEA)을 활용한 S클래스급 전기차 EQS를 내놓을 계획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