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러시아 사하공화국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을 찍은 위성사진의 모습 [사진=러시아연방우주국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7월 러시아 사하공화국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을 찍은 위성사진의 모습 [사진=러시아연방우주국 홈페이지 캡처]
세계에서 가장 추운 러시아 베르호얀스크의 기온이 최근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등 러시아 동토 지역 곳곳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가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3일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꼽히는 러시아 극동 사하(야쿠티야) 공화국의 오미야콘과 베르호얀스크의 기온이 최근 섭씨 40도 가까이 치솟았다.

사하공화국 기상 당국 관계자는 리아노보스티에 "베르호얀스크 기상관측소가 측정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일 이 지역의 기온이 38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영국 BBC방송도 22일(현지시간) '북극권이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제하 기사에서 "더운 날씨는 북극권에서 종종 나타나지만 최근 몇 달간 비정상적으로 높은 기온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베르호얀스크의 기온이 섭씨 38도를 기록한 건 1885년 관측 이래 최고치다.

오이먀콘과 베르호얀스크는 '인간이 거주하는 가장 추운 마을' 타이틀을 두고 경쟁을 벌일 만큼 추운 곳이다. 두 지역 모두 1월 기온이 영하 40~50도를 오간다. 과거 오미야콘과 베르호얀스크의 수은주가 각각 영하 67.7도와 67.8도까지 떨어진 적이 있을 정도다.

로만 빌판드 러시아 기상청장은 "시베리아 북부 지역의 일 평균 기온은 예년보다 섭씨 10도~12도가량 높을 것"이라면서 이로 인한 산불피해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로 고온이 맹위를 떨치면서 러시아 극동 지역에선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 산림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사하공화국 산림 499㏊에서 8건, 부랴티야 공화국 산림 428㏊에서 7건, 마가단주 산림 1천412㏊에서 9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 밖에도 추코트카 자치구, 이르쿠츠크주 등에서도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곳곳에서 발생하는 기상이변들은 기후 온난화와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다. 유럽연합(EU) 산하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는 지난달 전 세계 기온이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5월 평균기온보다 섭씨 0.63도 높았다고 발표했다.

과학계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북극이 지구 평균의 두 배 비율로 따뜻해졌다고 보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촬영한 1960~2019년 위성사진을 보면 전 세계 평균 기온은 약 1도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북극권 온도는 무려 4도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북극이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는 점을 우려하면서 "북극에서의 기록 경신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이런 현상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