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기인 조준용(오른쪽), 박기람 스티팝 공동대표는 2017년 의기투합해 이모티콘 사업에 뛰어들었다.  스티팝 제공
고등학교 동기인 조준용(오른쪽), 박기람 스티팝 공동대표는 2017년 의기투합해 이모티콘 사업에 뛰어들었다. 스티팝 제공
“미래의 ‘만국 공용어’는 이모티콘이 되지 않을까요?”

이모티콘 플랫폼인 스티팝은 이런 발상에서 시작됐다. 언어가 달라도 상관없다. 캐릭터의 표정과 움직임만으로 어떤 감정인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여기에 터치 한두 번이면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이모티콘이 가진 강력한 힘이다. 애초에 언어장벽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글로벌 무대를 노렸다. 전 세계 작가와 이용자가 자유롭게 소통하고 작품을 공유하는 공간이 목표다.

스티팝은 한국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창업 4년 만에 25개국 5000여 명의 작가와 전 세계 2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모티콘에 사용되는 언어도 15종에 이른다. 한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 남미 지역,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예멘 등 중동 및 아프리카에서도 사용자가 늘고 있다.

태동기인 해외 시장 노려

'만국 공용어' 이모티콘으로 멕시코·예멘도 사로잡았죠
스티팝은 2017년 조준용, 박기람 공동 대표가 의기투합해 설립했다. 동갑내기인 두 대표는 고등학교 동기다. 어린시절 해외에서 거주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들은 국내에서는 익숙한 이모티콘이 아직 해외에선 낯설다는 점에서 기회를 엿봤다. 조 대표는 “해외 메신저에는 이모티콘이 없거나 종류가 적다”고 말했다.

국내는 카카오 이모티콘이 꽉 잡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뒀다. 조 대표는 “국내에서의 성공 사례를 보고 나니 글로벌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확신이 섰다”고 말했다.

'만국 공용어' 이모티콘으로 멕시코·예멘도 사로잡았죠
스티팝은 자체 앱을 두고 창작자와 이용자를 이어주고 있다. 원하는 이모티콘은 ‘돈 내고 구매하기’와 ‘광고 보고 다운하기’ 중 하나를 선택해 보유할 수 있다. 이모티콘 구매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 이용자를 위해 광고 보기 옵션을 넣었다. 수익의 절반은 창작자와 나눈다.

한 발 더 나아가 메신저 등 플랫폼에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형태로 이모티콘을 넣는 사업도 시작했다. 구글, 펍넙, 플레이키보드 등과 API 계약을 맺었다. 현재 와츠앱, 아이메시지, 페이스북메신저,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 등에서 스티팝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창작자를 모으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조 대표와 박 대표는 SNS를 뒤져 창작자를 찾아나섰다. 하나둘 앱에 이모티콘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창업한 지 1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해외 작가가 유입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 10배 이상 ↑”

'만국 공용어' 이모티콘으로 멕시코·예멘도 사로잡았죠
스티팝의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작가들에게 더 큰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박 대표는 “해외 시장 공략은 창작자들의 바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쟁사로는 미국 홀러가 있지만 완전히 같은 구조는 아니다. 홀러는 인하우스 작가 40여 명을 고용해 자체 이모티콘을 제작한다. 박 대표는 “한국에서 성공한 오픈 생태계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며 “각국의 프리랜서 작가들이 그 지역 문화에 맞는 이모티콘을 가장 잘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직 해외는 움짤(움직이는 짧은 사진)이 익숙한 문화다. 터너, 기피 등 움짤 기업이 구글, 페이스북에 줄줄이 인수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두 대표는 시장의 중심이 이모티콘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로운 데다 작가들에게 2차 저작물 등 추가 수익을 줄 수 있어서다. 조 대표는 “글로벌 이모티콘 시장을 10배 이상 키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현지화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지난 2월에는 미국 델라웨어에 미국 법인을 세웠다. 영어 버전만 있는 앱도 한국어, 스페인어, 독일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언어로 내놓을 예정이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