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3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0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해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관한 발표를 들으면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SK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3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0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해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관한 발표를 들으면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SK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그룹의 경영 화두로 ‘기업가치 향상’을 들고 나왔다. 23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0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한 30여 명의 그룹 최고경영자(CEO)에게 주문한 내용이다.

최 회장은 그룹의 경영 화두를 매년 상반기에 열리는 확대경영회의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2016년 ‘변화’를 시작으로 △딥체인지(근본적인 변화·2017년) △사회적 가치(2018년) △행복(2019년) 등이 이 회의를 통해 그룹의 경영 핵심 안건으로 자리잡았다. 최 회장은 이날 확대경영회의에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CEO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각 계열사 기업가치를 높여라”

'토털 밸류' 외친 최태원…"SK CEO, 성장 스토리텔러 돼라"
최 회장은 이날 “우리가 키워가야 할 기업가치는 단순히 재무 성과나 배당정책 등과 같은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다”며 “SK그룹의 각 계열사는 시장과 사회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기업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CEO들에게 주문했다. 최 회장은 기업가치와 관련, “지속 가능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고객 신뢰 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와 함께 지식재산권, 일하는 문화와 같은 유무형 자산을 모두 포괄하는 토털 밸류(total value·총체적 가치)를 뜻한다”고 정의했다.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이 기업가치를 강조한 것은 계열사들이 미래 성장동력을 찾거나 신사업 진출을 고려할 때 사회적 신뢰를 얻고 사회적으로 지지받는 비즈니스를 선택하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최 회장은 2015년 8월 그룹 경영에 복귀하면서 확대경영회의를 만들었다. 16개 계열사만 참여하는 그룹의 최고 협의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와 달리 확대경영회의는 다른 계열사들도 참여할 수 있다. 하반기에 열리는 CEO 세미나와 함께 그룹의 경영 전략을 가늠해보는 회의로 꼽힌다. 최 회장이 확대경영회의를 통해 던진 화두에 대해 계열사들은 후속조치를 취하고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최 회장이 2018년 화두로 던진 ‘사회적 가치’에 대해 계열사들이 매년 결과를 발표하는 게 대표적이다.

“CEO가 스토리텔러 돼야”

최 회장은 계열사들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CEO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계열사의 CEO들이 기업가치 구성 요소를 활용해 시장, 투자자, 고객 등과 소통하고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자신만의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CEO가 성장 스토리를 써갈 때 경제적 성과 외에 고객과 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CEO들이 ‘되고 싶은 나’를 뜻하는 중장기 비전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거둔 경제적 성과 외에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신뢰를 얻어야 모두가 공감하는 스토리를 완성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SK 관계자는 “CEO가 기업과 시장·사회·고객 사이에서 소통하면서 신뢰를 확보하는 ‘스토리텔러’가 되라는 의미”라며 “자본시장의 평가와 사회문제 해결, 친환경 등 모든 이야기가 더해져 총체적으로 기업가치를 올리는 게 CEO들이 힘써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 CEO들은 이날 회사별로 스토리를 만들어 시장과 투자자, 고객 등을 설득하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키워나가기로 했다.

예컨대 SK이노베이션 등 에너지·화학 계열사는 전통적인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친환경 비즈니스를 모델로 삼아 기업가치를 높이고, SK텔레콤 등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도약하는 식이다.

이날 패널 토론 형태로 열린 회의엔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및 7개 위원회 위원장, 주요 관계사 CEO 등이 참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자리하지 못한 CEO들은 화상을 통해 참여했다. 최 회장은 이날 ‘파이낸셜 스토리와 CEO의 역할’을 주제로 한 토론을 주재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