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사과 기자회견 / 사진 = 최혁 기자
강정호 사과 기자회견 / 사진 = 최혁 기자
메이저리거 출신 강정호가 기자들 앞에 섰다.

야구선수 강정호는 23일 서울 스탠포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5일 입국한 강정호는 자가격리 이후 처음 모습을 내비쳤다. 정장 차림으로 기자들 앞에 선 강정호는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사과문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강정호는 "정말 나쁜 행동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재차 사과의 언급을 이어갔다.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뛰던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운전(혈중알코올농도 0.084%)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09년과 11년에도 음주운전을 했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결국 ‘삼진 아웃제’가 적용됐고, 법원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건 직후 미국 취업비자가 나오지 않아 팀 복귀가 불투명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 갔지만, 기량을 되찾지 못했고, 지난해 방출됐다.

강정호는 더이상 빅리그에 발을 내딛을 수 없다고 판단한 후 지난달 20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제출했다. KBO는 지난달 25일 상벌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강정호는 회의에 출석하지는 않고, 자필 반성문을 스캔해 상벌위에 제출했다. KBO는 그에게 ‘1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결정했다.

강정호는 복귀 이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야구 할 자격이 있는지 수없이 생각했다. 정말 변화된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라며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구단이 받아준다면 첫해 연봉을 전액 기부하겠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음주운전 피해자들과 유소년 선수들을 위한 활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그는 "내가 생각해도 (야구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성숙한 모습으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며 지난 4년간 자발적으로 금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3년 반 전의 일을 이제서야 사과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과가 늦어진 점, 정말 죄송하다.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다. 구단에서 추가징계를 내리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일 생각이다. 많은 질타와 비난을 감수하겠다. 더 성숙해지려고 한다. 노력과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용서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