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검역 확진 이미 5차례…"위험 평가·대처 제때 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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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항 정박 러 화물선 17명 무더기 확진전 4차례 각 1명…총 21명
최근 2주 신규확진 4명중 1명꼴 해외유입…공항-항만 검역 강화해야
전문가들 "방역현장은 사람이 모자라 헉헉대는 상황…인력확충 시급"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속해서 확산하는 가운데 공항과 항만을 통한 해외유입 감염 사례가 급증해 방역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달 9일부터 23일까지 최근 2주간 방역당국에 신고된 신규 확진자 633명 가운데 해외유입 사례는 총 171명으로, 전체의 27%에 달한다.
신규 환자 4명 중 1명꼴이다.
특히 부산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국적 화물선에서 17명의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것을 계기로 형식적인 '서류 검역' 등 항만 방역의 구멍이 드러난 만큼 이제라도 실질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게 감염병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더욱이 이번 감천항 감염 사례 이전에도 부산항 검역 과정에서 4차례나 확진자가 나왔던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관계 부처가 미리미리 항만 방역을 강화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4∼5월에도 부산항에서 확진자 나와…결국 '무더기 감염'
24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전날까지 국내 항만 검역소의 검역 과정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총 21명이다.
모두 부산 검역소에서 나왔으며, 다른 지역 검역소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날짜별로 보면 지난 4월 28일과 29일에 각 1명, 그리고 5월 11일과 15일에 1명씩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 4명이 북항·남항·감천항·다대항·부산 신항 등 5개 부산항 중 어느 곳을 통해 들어오다 확진됐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2일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에서 확진자가 속출했다.
해당 화물선은 지난 21일 오전 입항했지만, 서류만 제출하는 '전자 검역'을 통해 무사통과했다.
이후 검역 당국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선원 교대가 있었고 당시 하선한 선장 1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해운 대리점의 신고를 받고 나서야 배에 올라타 '승선 검역'을 해 확진자를 찾아냈다.
하지만 이미 하역작업을 한 부산항운노조원 등 90여명과 밀접접촉을 한 후였다.
그간 주요 항만 검역소에서는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꾸준히 해왔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부산에서는 227건, 여수에서는 178건의 진단 검사가 각각 이뤄졌다.
제주는 항만과 공항을 모두 포함해서 총 584건의 진단 검사를 했다.
부산의 경우 이번 감천항 무더기 확진 이전까지 나온 감염자가 다소 적은 숫자이긴 하지만 확진자가 지속해서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흐름에 맞춰 미리 검역 절차를 강화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발 빠른 대처 필요했는데…검역 인력·자원 확충돼야"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전세계 누적 확진자가 900만명을 넘어서고 '재유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던 만큼 발 빠르게 대응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전자 검역 시스템만으로는 방역 대응을 철저하게 하기 어렵다.
러시아는 최근 코로나19가 많이 발생했는데 검역관이 직접 배에 올라 '승선 검역'을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지난 22일 기준으로 59만2천280명에 달한다.
미국(230만6천247명)과 브라질(110만6천470명)에 이어 세 번째로 확진자 수가 많지만, 러시아는 별도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탓에 '승선 검역'이 아닌 통상의 '전자 검역'으로만 검역 관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해외 유입 확진자가 잇따르면서 그동안 항만보다는 공항을 중심으로 검역 활동이 이뤄졌다고 지적하면서 "승선 검역 대상 국가를 최근 상황에 맞춰 빠르게 조정할 필요가 있지만,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국제적 교류가 많은 항만에서는 코로나19 방역 대응에 노력해왔지만, 위험 지역에 대한 평가나 실제 항만에서 적용하는 방역 수준 조절에서는 속도감이 느리지 않았나 싶다"고 쓴소리를 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검역 인력과 자원 등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교수는 "3년 전만 해도 부산 국립검역소 직원들이 승선 검역을 위해 나갈 때 검역소의 배가 없어 세관 선을 타고 나갔을 정도로 열악했다"며 "승선 검역 대상 국가를 계속 늘리기만 한다면 현장에서 감당을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엄 교수는 "적은 10만명이 몰려오는데 100명의 군사에게 다 지키라고 하면 곤란하다.
헌신과 희생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고 병원이든, 검역소든 방역 현장은 사람이 모자라서 헉헉대는 상황"이라며 방역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최근 2주 신규확진 4명중 1명꼴 해외유입…공항-항만 검역 강화해야
전문가들 "방역현장은 사람이 모자라 헉헉대는 상황…인력확충 시급"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속해서 확산하는 가운데 공항과 항만을 통한 해외유입 감염 사례가 급증해 방역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달 9일부터 23일까지 최근 2주간 방역당국에 신고된 신규 확진자 633명 가운데 해외유입 사례는 총 171명으로, 전체의 27%에 달한다.
신규 환자 4명 중 1명꼴이다.
특히 부산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국적 화물선에서 17명의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것을 계기로 형식적인 '서류 검역' 등 항만 방역의 구멍이 드러난 만큼 이제라도 실질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게 감염병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더욱이 이번 감천항 감염 사례 이전에도 부산항 검역 과정에서 4차례나 확진자가 나왔던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관계 부처가 미리미리 항만 방역을 강화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4∼5월에도 부산항에서 확진자 나와…결국 '무더기 감염'
24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전날까지 국내 항만 검역소의 검역 과정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총 21명이다.
모두 부산 검역소에서 나왔으며, 다른 지역 검역소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날짜별로 보면 지난 4월 28일과 29일에 각 1명, 그리고 5월 11일과 15일에 1명씩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 4명이 북항·남항·감천항·다대항·부산 신항 등 5개 부산항 중 어느 곳을 통해 들어오다 확진됐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2일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에서 확진자가 속출했다.
해당 화물선은 지난 21일 오전 입항했지만, 서류만 제출하는 '전자 검역'을 통해 무사통과했다.
이후 검역 당국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선원 교대가 있었고 당시 하선한 선장 1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해운 대리점의 신고를 받고 나서야 배에 올라타 '승선 검역'을 해 확진자를 찾아냈다.
하지만 이미 하역작업을 한 부산항운노조원 등 90여명과 밀접접촉을 한 후였다.
그간 주요 항만 검역소에서는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꾸준히 해왔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부산에서는 227건, 여수에서는 178건의 진단 검사가 각각 이뤄졌다.
제주는 항만과 공항을 모두 포함해서 총 584건의 진단 검사를 했다.
부산의 경우 이번 감천항 무더기 확진 이전까지 나온 감염자가 다소 적은 숫자이긴 하지만 확진자가 지속해서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흐름에 맞춰 미리 검역 절차를 강화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발 빠른 대처 필요했는데…검역 인력·자원 확충돼야"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전세계 누적 확진자가 900만명을 넘어서고 '재유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던 만큼 발 빠르게 대응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전자 검역 시스템만으로는 방역 대응을 철저하게 하기 어렵다.
러시아는 최근 코로나19가 많이 발생했는데 검역관이 직접 배에 올라 '승선 검역'을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지난 22일 기준으로 59만2천280명에 달한다.
미국(230만6천247명)과 브라질(110만6천470명)에 이어 세 번째로 확진자 수가 많지만, 러시아는 별도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탓에 '승선 검역'이 아닌 통상의 '전자 검역'으로만 검역 관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해외 유입 확진자가 잇따르면서 그동안 항만보다는 공항을 중심으로 검역 활동이 이뤄졌다고 지적하면서 "승선 검역 대상 국가를 최근 상황에 맞춰 빠르게 조정할 필요가 있지만,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국제적 교류가 많은 항만에서는 코로나19 방역 대응에 노력해왔지만, 위험 지역에 대한 평가나 실제 항만에서 적용하는 방역 수준 조절에서는 속도감이 느리지 않았나 싶다"고 쓴소리를 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검역 인력과 자원 등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교수는 "3년 전만 해도 부산 국립검역소 직원들이 승선 검역을 위해 나갈 때 검역소의 배가 없어 세관 선을 타고 나갔을 정도로 열악했다"며 "승선 검역 대상 국가를 계속 늘리기만 한다면 현장에서 감당을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엄 교수는 "적은 10만명이 몰려오는데 100명의 군사에게 다 지키라고 하면 곤란하다.
헌신과 희생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고 병원이든, 검역소든 방역 현장은 사람이 모자라서 헉헉대는 상황"이라며 방역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