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
▶전형진 기자
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시공사를 요즘 많이 선정하고 시공사들하고 조합이 또 항상 싸웁니다. 이렇게 힘들게 시공사를 뽑았는데, 싸워요.
▷김향훈 변호사
17년 간 이 현장을 봐왔는데. 법률적인 시각에서 봤습니다. 항상 시공사는 악의 축이다, 이런 얘기가 있는데. 제가 보기엔 재개발·재건축에선 모든 사람이 악의 축이 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는 것 같아요. 작은, 한 명의 세입자, 지극히 약한 소유자도 악의 축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면 재개발·재건축은 각자 자기의 전재산을 걸고 벌이는 한 판의 전쟁터입니다. 모든 욕망이 표출되고 여기서 밀리면 죽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서 잘 하면 인생 대박이 터지거든요 그리고 시공사도 이 한 현장 잘 하면 수백, 수천억의 이익이 생기죠. 그렇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고, 그런데 시공자도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당하고 다닙니다. 그리고 자기들끼리도 많이 당해요. 경쟁을 하면서.
경쟁입찰할 때 자기도 공정경쟁 하고 싶지만 경쟁 시공자가 건달 짓을 하니 여기서 나만 착한 짓을 하면 밀리거든요. 자, 저는 여기 공사 단가를 400만원 하겠습니다라고 했는데, 400만원 도저히 각이 안 나와요. 안 나오는데 옆에서 덤핑을 치고 나오는데 어떡해요. 나도 덤핑을 쳐야죠. 그래서 내가 낙찰이 됐어요. 그러고 나선 어떻게 하겠습니까. 어떻게든 470만원을 메울 수 있는 다른 이상한 짓을 하게 되죠.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변호사도 입찰을 해서 들어가야 하는데 거짓말을 하지 않고선 당선이 안 됩니다. ▶전형진 기자
변호사도 거짓말을 해요?
▷김향훈 변호사
자문료 무료. 매도청구 건당 얼마, 라고 해놓고 나중에 슬슬슬슬 올려야 하죠. 출혈경쟁을 하게끔 만드는 이런 구조. 시공자도 다른 데서 많이 등을 친 거죠. 자기도 당하고 와서 한 번 수주한 현장에서 그 모든 손해를 다 만회해야 하는 거예요. 선정되기 전까지는 을이었다가 선정되는 순간 이제 초갑으로 변신을 하면서, 계약체결 할 때까지 협상을 합니다. 계약서를 쓸 때 시공사가 이런 일을 하죠. 조합에 운영자금을 주지 않습니다. 한 2000만~3000만원씩, 조합장 월급, 총무 월급, 임대료. 그걸 주지 않아요.
그럼 조합이 돌아가지 않아요. 점점 고사작전을 펼칩니다. 그러니까 빨리 이렇게 하세요, 계약을 하세요, 라고 하면서, 일단 계약을 유리하게 받아내고. 나중에 물가상승이라든지, 신기술이 나왔다. 요즘 더 좋은 게 나왔는데 설계를 변경하실래요? 계속 시공을 업그레이드시켜요. 타 구역에서 손해봤던 것, 입찰할 때 덤핑입찰했던 걸 다 보전하려고 하는 거죠. 이게 시공사 선정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용역업체 선정에서 같이 일어나고 저희 변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형진 기자
ㅎㅎ결국 모든 업종에서 이렇게 클린한 그런 수주, 이게 될 수 없는 문화 자체네요.
▷김향훈 변호사
이렇게 그 거짓말을 하고, 과장을 하고, 덤핑하고 들어온 업체들에 대해서 제재하는 게 좀 약합니다. 저 업체는 옛날에 저랬기 때문에 과감하게 제재를 때려야 해요. 다른 데 가서 또 그짓 합니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이 시장에서 선정돼야만 한다, 되고 나면 모든 것이 다 클린해진다. 뇌물 줬더라도 안 들키면 그만이다. 이렇게 되니까요. 참 씁쓸함이 많습니다.
▶전형진 기자
사실 시공자에 대한 제재 같은 경우엔 다른 현장에 입찰하지 못하게 하는 건데.
▷김향훈 변호사
그런데 영업정지를 당하더라도, 자, 금품을 살포해서 선정이 됐는데 걸릴 확률이 5%예요. 그럼 살포합니다. 그런데 한 번 걸렸을 때 일벌백계로 영업정지 1, 2년을 하든지, 그래서 엄청나게 많은 돈을 토해내게 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하거든요.
▶전형진 기자
그런데 이게 시공사만 나쁜 사람이 아니라 모두 다 악마예요.
▷김향훈 변호사
조합도 악마입니다. 조합이라는 곳은요. 자기 돈 한 푼도 안 가지고 사업을 하면서 큰 소리 땅땅 칩니다. 저희는 변호산데 수임료 못 받고 공짜로 인지대, 송달료까지 저희 돈 박아가면서 이렇게 일을 해요. 제대로 안 하면 나중에 돈 안 줄 거야. 후불제로 돈을 받는데, 그때 가서 돈을 또 깎습니다. 하... 그럼 징글징글하죠.
그런데 2년 동안 하고 돈을 받으려고 하는데 막판에 조합장이 교체가 돼버려. 저희랑 친했던 조합장이 사라지고 새로운 조합장이 와서 당신 누구야. ▶전형진 기자
ㅎㅎㅎ
▷김향훈 변호사
계약 제대로 한 거야? 이거 단가 너무 높은 거 아니야? 20% 깎고 받습니다. 하.. 시공사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시공사도 잘려요. 시공사도 해지 많이 당합니다.
▶전형진 기자
서로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 그런데 조합장님들 같은 경우는 한 번 감방에 갔다 오시는 게 관례처럼 됐잖아요. ▷김향훈 변호사
물론 그 비율은 많이 줄어들고 있어요. 조합장님들이 감방에 가는 이유는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감방에 자주 가는 것과 똑같은 이유입니다. 그 이유는 너무나 권력이 커요. 너무 이권이 많습니다. 너무너무 주워먹을 게 많습니다.
▶전형진 기자
그럼 감방에 가더라도 조합장 한 번 하는 게 남나요?
▷김향훈 변호사
인생 역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케이스가 아닌가. 나이 50에 이제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칩시다. 그리고 빚이 50억이 있습니다. 자, 그런데. 가진 재산은 하나도 없어요. 처의 명의로 2억원짜리 작은 빌라 하나가 있습니다.
근데 2억원엔 근저당이 1억6000만원이 꽉 차있어요. 순재산은 4000만원인데 거기에서 10분의 1 지분을 넘겨받습니다. 그래서 대표소유자로 선정이 돼서 수조원의 공사를 이끄는 조합장이 되십니다. 잃을 것은 400만원. ㅎㅎ
▶전형진 기자
아, 지분권자도 될 수 있으니.
▷김향훈 변호사
예, 지분권자. 부인이 10분의 9, 난 10분의 1야. 그러니까 그분은 잃을 게 없어요. 한 100억을 챙겼다면 6년 살고 나오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으니까. 이익이 너무 크니까 그걸 하게 되는 거죠.
▶전형진 기자
결국엔 무슨 용역업체 선정이나.
▷김향훈 변호사
그렇습니다.
▶전형진 기자
그런 것에 대한 권한이 크니까.
▷김향훈 변호사
그리고 또 억울하게 가시는 분도 있습니다. 왜냐, 돈을 받은 건 맞는데, 돈을 일부러 또 줍니다. 업체가.
▶전형진 기자
왜 돈을 줘요?
▷김향훈 변호사
주면 받는 순간 자기가 좌지우지 할 수 있으니까요. 일부러 자꾸 줘요. 한 1000만원이라도 받는 순간 저한테 돈 받으셨잖아요, 제가 드린 거 다 갖고 있는데. 같이 들어갈까요, 이렇게 되니까 코 꿰는 거죠. 조합장이나 임원한테 한 3000만원 드렸어요. 저희 업체가 당선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조합장이 알았습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했어요. 근데 안 됐어요 불운하게. ㅎㅎㅎ 그럼 당신 왜 그랬어, 하고 찔러버리는 거죠. 3000만원 줬다고. 그 사람은 검찰에 가서 협상을 하죠. 저는 제가 드린 게 맞습니다. 저는 처벌을 받겠습니다. 하지만 저 사람도 처벌해주세요.
▶전형진 기자
또 이런 사례들도 있어요. 조합원들이 총회를 열어 투표를 했는데, 서면결의서가 위조됐다.
▷김향훈 변호사
다 그렇진 않습니다만 그런 경우가 꽤나 있더라고요. 특히나 서면결의서는 해외 거주자, 지방 거주자, 또는 치매나 몸이 아프신 분들, 병원에 계신 분들, 이분들한텐 뭔갈 보내도 답이 안 와요. 항상 그리고 우편물이 반송오는 사람들. 주요 리스트가 있습니다.
이분들은 어차피 안 와, 그분들 것을 이제 위조하는 거죠. 그리고 오른손으로 쓰고 왼손으로 썼다가, 그렇게 해서 다.. 그렇게 살았죠. 지금까지 우리가.
▶전형진 기자
이걸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있나요? 서면결의 위조하는 걸.
▷김향훈 변호사
사실 전자투표를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전자투표 하려면 정관부터 바꿔야 하는데요. 그 정관을 바꾸는 주체는 조합의 집행부입니다. 그런데 조합의 집행부는 지금 서면결의서 대충 해서 많은 이득을 보고 있는데 왜 바꿔요 그걸.ㅎㅎ 바꿀 이유가 없어요.
▶전형진 기자
그럼 조합을 엎어야죠.
▷김향훈 변호사
엎으려는 곳들이 수싸움을 해서 전자투표로 하자고 바꿔놓고, 자기가 집행부 가니까 이게 괜히 바꿨네 이게. 전자투표 해서 일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참 전자투표가 어렵습니다. 아예 그냥 도정법에서 강제를 하는 게 어떤가, 생각도 듭니다.
▶전형진 기자
김향훈 변호사님과 함께했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변호사님.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디지털라이브부장
진행 전형진 기자 촬영·편집 조민경 PD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