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도 '상황관리' 필요성 인식한듯…군 "대남전단도 일단 중지 가능성"
김정은 '보류' 지시에 북한군 신속행동…확성기 사흘만에 철거
북한이 재설치 사흘만인 24일 대남 확성기 방송 시설을 일부 철거하는 정황이 포착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한 것과 관련되어 보인다.

나아가 남북 군사적 긴장감을 더 끌어올리지 않고 일단 숨 고르기를 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강원도 철원군 평화전망대 전방 북측지역 등에 재설치한 대남 확성기 방송 시설 10여개를 철거하는 동향이 포착됐다.

북한은 지난 21일 오후부터 재설치 작업에 전격 착수해 30여개를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재설치한 확성기 가운데 10여개를 철거했으나 철거 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추가 철거되는 곳은 늘어날 전망이다.

군 당국은 북한이 확성기 방송 시설 재설치와 철거를 전격적으로 단행하는 의도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오늘 철거 정황이 포착된 것은 당중앙군사위 예비회의에서 결정한 대남 군사행동계획 보류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며 "무엇보다 김정은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철거 작업이 신속히 진행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천200만장의 삐라(대남전단)와 풍선 3천개를 제작해 승인만 기다리고 있다는 전단 살포 계획도 당분간 중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군 당국은 분석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일단 당중앙군사위 본회의가 열릴 때까지는 확성기와 전단을 보류할 것"이라며 "북한은 남측의 전단 살포 제지 등의 움직임을 봐가면서 추후 열릴 본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간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 삐라가 살포되고 확성기 방송이 재개될 경우 남북 군사적 긴장감이 급속히 고조되고 이에 따른 우발적 무력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여기에다 2018년 4·27 판문점선언 이후 급진전했던 남북관계가 한동안 교착 국면에 놓였고, 북한이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한 이후에는 남북 모두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이 "예비회의에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조성된 최근 정세를 평가하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당 중앙군사위 제7기 제5차 회의에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계획들을 보류했다"고 밝힌 것을 보면 북한도 상황 관리 필요성을 판단한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확성기는 대형 스피커와 음향조종 시설 등으로 이뤄진다.

북한은 이미 철거했던 40여 곳에 확성기 시설을 복원할 것으로 예측되어 왔다.

북한이 삐라 살포 예고에 이어 확성기 방송 시설을 재설치한 것은 남측에 계속해서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됐다.

북한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지난 5일 담화에서 삐라 살포 등을 언급하며 "우리도 남측이 몹시 피로해 할 일판을 준비하고 있으며 인차(이제부터) 시달리게 해주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고 최전방 근무 군인들의 월북 등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1962년부터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다.

남측도 이듬해 5월 1일 서부전선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맞물 대북 확성기 방송을 개시했다.
김정은 '보류' 지시에 북한군 신속행동…확성기 사흘만에 철거
남북은 2004년 6월 4일 제2차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해 '서해 우발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일대 선전활동 중지'에 대해 합의한 이후 최전방의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했다.

그러나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MDL 일대에서 철거한 확성기 방송시설을 재구축했으며, 2015년 북한의 DMZ 지뢰 도발로 재개했다가 같은 해 중단했다.

이후 2016년 1월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개시했다.

2018년 판문점선언으로 확성기 방송이 전면 중지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