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K증권)
(사진=SK증권)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40)는 23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담보로 대출 5억원을 받았다. SK바이오팜의 공모주 청약증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2016년 13만6000원에 공모 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가격이 6개월 만에 2배로 뛰는 걸 경험했다. 이후 셀트리온을 포함한 다양한 공모주에 도전했지만 모두 낙방했다. 이씨는 "이번 SK바이오팜 공모에 사활을 걸었다. 배정 확률을 높이기 위해 주식담보대출과 마이너스 통장까지 활용했다"며 "하나금융투자를 이용하는데 우대를 받아 3만4000주에 대한 청약증거금 8억3000만원을 넣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인 SK바이오팜 청약 막차를 타기 위한 일반 투자자들의 열기가 뜨겁다. 역대 최고 경쟁률을 보였던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 기록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일반투자자에게 배정된 SK바이오팜 공모주 물량은 유통 물량의 20%인 391만5662주다.

SK바이오팜 청약 마지막 날이지만 여의도 증권사 지점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청약을 진행하는 수요가 많은 탓이다. SK증권 관계자는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이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실제 온라인으로 청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라면서도 "그래도 청약 마지막 날이다보니 객장에는 10~15명 가량의 고객들이 꾸준히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증권사 통합경쟁률은 225.60대1로 나타났다. 청약 증거금(전체 청약금의 절반)은 21조6428억원에 달했다. 청약 첫날이었던 전일 경쟁률과 청약 증거금은 각각 61.93대1, 5조9412억원이었다.

회사별로 보면 청약 경쟁률은 한국투자증권이 264.33대1로 가장 높다. SK바이오팜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의 경쟁률은 221.11대1이며 하나금융투자가 208.63대1, SK증권이 166.06대1수준이다. 막판 눈치 싸움을 고려하면 청약 경쟁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SK바이오팜이 제일모직이 보유한 역대 최대 증거금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제일모직은 2014년 12월 진행한 공모주 청약에서 194.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은 30조649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SK바이오팜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바이오 관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로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금리가 내려가고 시장에 유동성(현금)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SK바이오팜 흥행에 한 몫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0.5%로 인하했다. 이에 은행들도 금리를 연달아 낮추면서 예·적금은 급속도로 빠져나간 반면 개인 투자자들이 '동학 개미운동'에 뛰어들면서 증권 계좌에 예치돼 있는 돈은 지난해 말 27조원에서 현재는 46조원을 넘어섰다.

SK바이오팜은 코스피200지수 조기 편입 기대감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대형 IPO 종목은 모두 상장 직후 주요 지수에 조기 편입됐다. SK바이오팜이 유가증권시장 시총 50위 내로 진입하면 신규 상장종목 특례로 9월 10일 선물·옵션 만기일에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다.

SK바이오팜은 신약개발부터 임상시험 및 글로벌 상업화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췄다는 점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SK바이오팜은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엑스코프리)'를 지난 5월 미국 시장에 출시하며 본격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기업이 기술 수출 없이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허가, 판매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상업화 단계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한 첫 사례다.

SK바이오팜은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으로 신약 연구 개발과 상업화에 투자해 회사의 성장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내달 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차은지/윤진우/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