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모 3척 뜨자 진화 나선 김정은…일단 '판 흔들었다' 판단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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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왜 직접 나섰나
코로나 충격에 경제난 지속
'장기 긴장국면' 부담된 듯
여동생 김여정에게 악역 맡긴 뒤
17일 만에 나타나 도발 수위 조절
코로나 충격에 경제난 지속
'장기 긴장국면' 부담된 듯
여동생 김여정에게 악역 맡긴 뒤
17일 만에 나타나 도발 수위 조절
북한이 군사행동을 보류하기로 하면서 악화일로로 치닫던 남북한 관계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대북제재가 계속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자력갱생’에 차질이 생긴 만큼 군사도발까지 감행하기엔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보류’라는 표현을 쓰며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에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전후로 다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 국면에서 수위 조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이 지난 23일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를 주재하고 대남 군사계획 보류 지시를 내린 것은 이달 초부터 20여 일간 이어져온 대남 적대정책의 방향 전환이다. 김정은이 공개석상에 나타난 것은 17일 만이다. 이 같은 태도 변화와 관련해 일각에선 경제난에 맞닥뜨린 북한의 불가피한 선택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코로나19까지 확산되면서 우리 정부와의 긴장 국면을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없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17년부터 3년 동안 북한 국민소득은 10%가량 감소한 것으로 보이고 코로나 사태가 올해 내내 계속된다는 가정하에 올해는 다시 5% 넘게 줄어들 조짐”이라며 “이는 북한 역사상 최악이었던 고난의 행군 시기 대비 절반에 달하는 경제난”이라고 평가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경제 중심의 정면돌파전에 매진하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위기 국면으로 나아가는 것이 긍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긴장 고조로 무력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극단적 대결 상황은 피하려 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최근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호와 니미츠호를 한반도가 포함된 7함대 구역에 추가 배치했다.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가 모항인 로널드레이건호까지 항모 세 척이 한데 모여 북한을 압박했다.
김여정 ‘악역’ 전략
최근 총대를 메고 남북 관계를 파국으로 이끈 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었다. 지난 3월 김여정은 첫 대남 담화에서 거친 대남 비난을 쏟아냈고,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 및 군사행동을 예고했다. 북한이 군사도발을 감행했던 2017년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며 김정은이 직접 담화를 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난했던 것과는 달랐다.
이를 두고 애초에 김정은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남북 관계를 악화시킨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여동생에게 악역을 맡겨 긴장감을 고조시키되 자신은 앞에 나서지 않고 남북 관계를 다시 개선시킬 여지를 남겨둔 것이란 해석이다. 이번 군사행동 보류 결정과 관련해 김정은이 “최근 정세를 평가해서 내린 결론”이라고 밝힌 것도 이 시나리오에 개연성을 더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국 정부가 이번 기회에 대북전단 살포를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뜻을 보였기 때문에 북한도 일정한 실익을 거뒀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더 멀리 가면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北 “우리의 ‘보류’ 재고될 땐 재미 없어”
북한이 군사행동 계획을 완전히 백지화한 것은 아닌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24일 자신 명의의 담화를 내고 “남조선 국방부 장관이 허세성 목소리를 내는 것은 대단히 큰 유감”이라며 “우리의 ‘보류’가 ‘재고’로 될 때는 재미없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북한의 ‘대남 군사행동 보류’ 방침에 대해 “보류가 아니라 완전 철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8월 예정돼 있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시행 여부와 규모가 향후 남북 관계의 향배를 가늠해볼 분기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그간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자신들을 향한 적대적 행위라고 맹비난해왔다.
정부는 미국과 훈련 내용 및 방식을 협의 중이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이번 행보는 대남 군사행동계획 ‘보류’ 기간에 우리의 행동에 따라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여지도 열어둔 것”이라며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와 같은 급의 맞교환 카드가 있어야 자신들의 요구가 최종적으로 관철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코로나 국면에서 수위 조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이 지난 23일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를 주재하고 대남 군사계획 보류 지시를 내린 것은 이달 초부터 20여 일간 이어져온 대남 적대정책의 방향 전환이다. 김정은이 공개석상에 나타난 것은 17일 만이다. 이 같은 태도 변화와 관련해 일각에선 경제난에 맞닥뜨린 북한의 불가피한 선택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코로나19까지 확산되면서 우리 정부와의 긴장 국면을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없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17년부터 3년 동안 북한 국민소득은 10%가량 감소한 것으로 보이고 코로나 사태가 올해 내내 계속된다는 가정하에 올해는 다시 5% 넘게 줄어들 조짐”이라며 “이는 북한 역사상 최악이었던 고난의 행군 시기 대비 절반에 달하는 경제난”이라고 평가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경제 중심의 정면돌파전에 매진하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위기 국면으로 나아가는 것이 긍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긴장 고조로 무력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극단적 대결 상황은 피하려 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최근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호와 니미츠호를 한반도가 포함된 7함대 구역에 추가 배치했다.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가 모항인 로널드레이건호까지 항모 세 척이 한데 모여 북한을 압박했다.
김여정 ‘악역’ 전략
최근 총대를 메고 남북 관계를 파국으로 이끈 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었다. 지난 3월 김여정은 첫 대남 담화에서 거친 대남 비난을 쏟아냈고,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 및 군사행동을 예고했다. 북한이 군사도발을 감행했던 2017년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며 김정은이 직접 담화를 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난했던 것과는 달랐다.
이를 두고 애초에 김정은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남북 관계를 악화시킨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여동생에게 악역을 맡겨 긴장감을 고조시키되 자신은 앞에 나서지 않고 남북 관계를 다시 개선시킬 여지를 남겨둔 것이란 해석이다. 이번 군사행동 보류 결정과 관련해 김정은이 “최근 정세를 평가해서 내린 결론”이라고 밝힌 것도 이 시나리오에 개연성을 더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국 정부가 이번 기회에 대북전단 살포를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뜻을 보였기 때문에 북한도 일정한 실익을 거뒀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더 멀리 가면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北 “우리의 ‘보류’ 재고될 땐 재미 없어”
북한이 군사행동 계획을 완전히 백지화한 것은 아닌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24일 자신 명의의 담화를 내고 “남조선 국방부 장관이 허세성 목소리를 내는 것은 대단히 큰 유감”이라며 “우리의 ‘보류’가 ‘재고’로 될 때는 재미없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북한의 ‘대남 군사행동 보류’ 방침에 대해 “보류가 아니라 완전 철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8월 예정돼 있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시행 여부와 규모가 향후 남북 관계의 향배를 가늠해볼 분기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그간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자신들을 향한 적대적 행위라고 맹비난해왔다.
정부는 미국과 훈련 내용 및 방식을 협의 중이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이번 행보는 대남 군사행동계획 ‘보류’ 기간에 우리의 행동에 따라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여지도 열어둔 것”이라며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와 같은 급의 맞교환 카드가 있어야 자신들의 요구가 최종적으로 관철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