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했다. 3월 급락장 이후 반등 과정에서 주가수익비율(PER) 상위 10% 종목과 하위 10% 종목 사이의 격차는 33배에 육박해 종목간 밸류에이션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의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구조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성장주에 대한 갈망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24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23일 종가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의 12개월 선행 PER은 12.2배에 달한다. 코스피의 PER은 6월 초 12.6배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12배를 웃돌고 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 증시의 PER 최대치인 13배에 근접한 수준이다.

국내 증시 전체의 밸류에이션이 전고점 수준까지 상승하는 과정에서 종목들 간 편차 역시 역대 최대 수준까지 올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가운데 가장 PER이 높은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168.65배), 가장 낮은 종목은 코오롱글로벌(2.86배)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밸류에이션이 코오롱글로벌에 비해 59배가량 높은 것이다. 비교 대상을 PER 상·하위 10% 종목으로 넓혔을 때의 PER 격차는 33배로 2015년 고점(25배)을 크게 웃돈다.

전문가들은 이런 밸류에이션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투자자들의 구조적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역대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소프트웨어와 헬스케어 등 장기 성장이 기대되는 종목들에 이전보다 높은 기대치를 부여하고 있다”며 “이는 저성장과 저금리가 고착화된 글로벌 경기 환경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PER 상위 20개 종목의 올해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 평균은 40.31%로, 하위 20개 종목(12.9%)을 크게 웃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