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은 '공유富'에 대한 배당금…불평등·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것
나는 기본소득을 ‘공유부(共有富·common wealth)’에 대한 정기적 현금 배당이라고 정의한다. 공유부란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든 부를 말한다.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생산하는 부가가치에서 공유부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예전엔 자본가의 생산 수단을 가지고 노동자가 물건을 만들고, 이것을 팔아 돈을 벌면 임금을 분배했다. 하지만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가 오면서 구글 같은 플랫폼 회사가 모은 시민들의 데이터로 돈을 버는 시대가 됐다. 이런 공유부를 모든 시민에게 골고루 나눠주자는 게 기본소득의 정신이다.

공유부가 독점되는 순간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 오히려 경제적 부작용까지 낳는다. 빅데이터의 공유부를 구글 등 일부 플랫폼 회사가 독점하고 있다. 구글은 한국에서 상당한 돈을 버는데 세금은 안 낸다. 한국 경제에 부정적이다. 공유부를 모두의 권리로 돌려주는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공유부를 어느 정도까지 환원할 것이냐, 세금 20%로 할 것이냐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복지는 두 개의 날개가 있다. 하나는 위험, 질병 등에 직면했을 때 보장해주는 기능이다. 욕구에 관한 것이다. 두 번째는 권리로서의 기능이다. 아동, 노인, 장애인 등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일이다. 한국 복지는 지나치게 욕구 기능만 강조돼 있다. 권리성 복지는 아동수당 정도밖에 없다. 시민권에 기반한 복지는 지금까지 없었다.

모범적인 복지 국가로 불리는 나라들은 권리와 욕구를 조화롭게 보장해주는 국가다. 그래서 불평등 수준이 낮고 행복감이 높다. 기본소득은 욕구와 권리의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의미도 있다.

기본소득의 출발점은 불평등과 양극화다. 이런 것들이 기본소득 논의를 촉발했다. 기본소득을 둘러싸고 갈등 국면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이를 논의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