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잔액 13년 만에 최대
회사채보다 신용등급 높아
기업 채권 수요 흡수할 수도
"명분 없는 외화 빚 쌓기" 비판

현재 정부의 외평채 발행잔액은 약 9조8000억원이다. 계획대로 15억달러를 조달하면 발행잔액은 11조6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외평채 발행잔액이 10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2006년(14조7000억원) 이후 13년 만이다. 정부가 최근 7년간 여섯 차례에 걸쳐 8조2000억원어치를 발행한 결과다.
외평채 발행잔액이 급증하면서 이자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외평채의 연간 이자는 약 3000억원이다. 반면 외평채를 발행해 조성하는 외국환평형기금의 운용수익률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 대부분을 미국 국채 등 확정금리형 안전자산에 투자하고 있어서다.
자본시장에선 정부가 지난해 말 국회로부터 15억달러 한도로 외평채 발행 승인을 받았을 때부터 “명분 없는 외화 빚 쌓기”란 비판이 나왔다. 올해는 만기를 맞는 외평채가 없어 차환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073억달러에 달한다. 외환 확보와 환율 안정이란 초창기 외평채 발행 의미도 이제는 크게 희석됐다는 평가다.
정부의 외평채 발행이 민간 기업의 외화 조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외평채 발행 시기에 밀려 최적의 자금 조달 시기를 놓칠 수 있어서다. 신용등급이 더 높은 외평채가 회사채와 투자 수요 확보 경쟁을 벌이는 구도가 펼쳐질 수 있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 담당자는 “대량의 외평채가 민간 기업들의 채권 수요를 빨아들이는 ‘구축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외평채 발행 승인을 받아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준비를 해놓는 차원에서 주관사 증권사 선정 절차에 들어간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올해 외평채를 발행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외화 채권 시장에서 정부 외평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5% 안팎이어서 외평채로 인한 구축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진성/정인설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