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가르침 준 내 인생 영화"
'소리꾼' 이봉근 "첫 영화 연기 도전, 카타르시스 느꼈죠"
"감정을 절제하는 판소리와는 달리 감정을 드러내는 연기를 하면서 카타르시스와 해방감을 느꼈죠."
소리꾼 이봉근(37)이 첫 스크린 연기에 도전했다.

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듯한 제목의 영화 '소리꾼'을 통해서다.

24일 오후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이봉근은 "영화를 보니 (내 연기가) 부족한 것이 보였다"고 웃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왜 저랬을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첫술에 배부를 순 없잖아요.

오히려 발전의 여지가 있어서 잘 된 것 같아요.

이제는 판소리가 없는 연기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연기에는 밑천이 없다 보니 잃을 것이 없잖아요.

(웃음)"
'소리꾼'은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소리꾼 학규가 납치된 아내를 찾기 위해 딸과 함께 조선 팔도를 떠도는 내용을 그린다.

'심청가'와 '춘향가'를 기반으로 주인공이 지어낸 이야기에 곡조를 붙여 부르는 노래가 판소리의 기원이라는 가설을 제시한다.

주인공이 소리꾼이다 보니 영화에 담긴 우리의 소리와 그것을 전달하는 배우 캐스팅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봉근은 오디션을 통해 학규 역에 낙점됐다.

'소리꾼' 이봉근 "첫 영화 연기 도전, 카타르시스 느꼈죠"
"오디션 볼 때 떨었어요.

연극 연기는 일찍부터 했는데, 무대에서 저 원래 잘 떨지 않거든요.

그런데 영화 연기를 한다고 하니까 많이 위축됐어요.

오디션장에서 '소리 먼저 해보겠다'고 했는데 '연기 먼저 보겠습니다'라고 하시니 손이 떨리더라고요.

"
그러면서 그는 "무대 연기와 스크린 연기는 너무 달랐다"며 "무대 연기는 형식이 있고 그 안에서 연기하는 패턴이 있는데 스크린 연기는 좀 더 힘을 빼야 했다"고 털어놨다.

"관객들에게 제 감정이 전부 드러나게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 또는 해방감을 느꼈어요.

스크린으로 제 연기를 다시 봤을 때의 묘한 기분도 좋았고요.

그래서 연기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좀 1차원적인가요? (웃음)"
이봉근은 "'소리꾼'이 판소리가 주가 되는 영화라고 해서 매력을 느꼈다"고 영화와의 첫 만남을 돌아봤다.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다는 부분이 재밌었어요.

다른 판소리 영화도 많지만, 보통 판소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나오진 않죠. 학규가 딸을 위로해주기 위해 '심청가'를 처음 만들어냈다는 내용에 끌렸어요.

"
이봉근 자신도 20년 이상 우리 소리를 해 온 소리꾼으로서, 주인공 학규와 닮은 지점도 있다.

그는 "내 인생 영화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호사를 누리고 있다"며 "많은 가르침을 주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봉근은 그동안 전통에만 매몰되지 않고 끊임없이 국악과 다른 장르를 결합하는 시도를 해왔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순 없잖아요.

음악도 마찬가지죠. 판소리는 원래 사회성·풍자성이 짙은 음악인데 지금은 그 기능이 많이 사라졌죠. 판소리를 하는 사람으로서, 최근 가장 유행하는 장르를 직접 몸으로 체득해서 판소리에 녹여내는 일이 참 즐거워요.

"
최근 젊은 국악인들이 주목받으면서 국악의 대중화를 이끄는 현상에 대해서는 "(대중이) 젊은 국악인들에게 집중해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국악계에는 아직 드러나 있지 않은, 대단한 분들이 많아요.

송곳은 아무리 호주머니에 넣어도 튀어나오는 것처럼, 그분들도 언젠가는 튀어나올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
'소리꾼' 이봉근 "첫 영화 연기 도전, 카타르시스 느꼈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