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월 7일 인천국제공항 검역소를 방문, 코로나19 방역 최일선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관계부처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월 7일 인천국제공항 검역소를 방문, 코로나19 방역 최일선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관계부처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잡음에 대해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공정모임) 대표는 "이번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말뿐인 '가짜 공정'이 만들어낸 대참사"라고 비판했다.

공정모임은 그동안 대입 정시 확대, 수능 절대평가 반대, 자사고 폐지 반대, 사법시험 부활 운동 등을 벌여온 단체다.

이 대표는 25일 <한경닷컴>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연봉 2300만원짜리 9급 공무원이 되려고 수년간 공부하는 취업준비생들도 많다. 문재인 대통령 방문일을 기준으로 비정규직을 연봉 3800만원짜리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공정한가"라고 반문했다.

"조선시대처럼 임금이 방문했다고 시혜를 주는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인국공에 따르면 직고용 대상자는 문 대통령이 인국공을 찾아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한 2017년 5월12일 이전 입사자 1000여명이다. 반면 문 대통령 방문일 이후 입사자 약 800명은 일반인과 함께 공개채용 절차를 밟게 된다.

이 대표는 "정규직 전환 자체도 문제인데 전환 기준은 더 큰 문제"라며 "도대체 왜 문 대통령 방문일을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냐. 방문일 이후 입사자도 같은 일을 하는데 기준이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현 정부는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모른다"면서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기존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다. 지금 전환하는 일자리는 취준생들이 준비하던 정규직이 아니고 기존 보안검색원들이 전환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전형적인 말장난"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가장 큰 차이는 정년 보장에 있다. 9급 공무원 초봉이 연 2300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수백 대 일을 기록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며 "만약 보안검색요원을 정규직으로 공개채용했다면 취준생들이 대거 지원했을 것이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바로 이 기회를 박탈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 대표는 "청년들은 정규직 전환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자리를 정당한 경쟁을 통해 채우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공개채용 하면 그동안 열심히 준비해온 청년들이 그 자리에 갈 수 있지 않나. 운에 따라 정규직이 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적과 관련해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규직 전환 될 일자리를 공개채용 하면) 일하던 분들이 갑자기 자기 일자리를 잃고 나가야 되는 상황이라 그것 또한 공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 방문일을 기준으로 정규직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는 "(방문일) 이후에 들어온 분들은 전환될 일자리라는 걸 알고 들어온 분들이기 때문에 이분들은 필기시험 같은 공개채용 절차를 또 거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는 '인천공항 근무 직원' 제목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채팅방에 참여한 이들이 진짜 인천공항 근무 직원인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한 이용자는 오픈채팅방에서 "서연고(서울대·연세대·고려대) 나와서 뭐하냐, 인국공 정규직이면 최상위이다. 졸지에 서울대급 됐다"며 "니들 5년 이상 버릴 때 나는 돈 벌면서 정규직됐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또 한 이용자가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은 뭐가 되냐"고 비판하자 도리어 다른 이용자들은 "누가 노력하래?"라며 비꼬기도 해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