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에 있는 유치원에서 장출혈성 대장균에 집단감염되면서 장마철 식중독 질환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장마철에는 습도가 90%까지 높아진다. 무더운 여름에 습도가 올라가면 각종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음식도 잘 상한다. 식중독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다. 땀이 잘 마르지 않아 각종 피부질환자도 늘어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다녀야 하는 올해 장마철에는 여드름 증상이 악화할 위험이 높다. 장마철 식중독 예방법 등 건강수칙을 알아봤다.
햄버거병 유발하는 장출혈성 대장균

안산 상록보건소에 따르면 이 지역 유치원생 등 202명이 식중독균 검사를 해 이 중 57명이 장출혈성 대장균 양성 판정을 받았다. 장출혈성 대장균은 오염된 음식을 먹으면 감염되는 식중독균이다. 6~9월에 환자가 많다. 대장균 표면에 있는 O항원이 발견된 순서에 따라 O-157, O-26, O-111 등으로 분류된다.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되면 베로톡신 같은 독성 물질 때문에 설사, 복통, 혈변 등의 증상이 생긴다. 전염성이 비교적 강하다. 갈아 만든 소고기를 먹을 때 감염되는 환자가 많다. 장출혈성 대장균에 오염된 퇴비로 기른 채소를 통해서도 전염되고 우유를 통해서도 감염된다. 피부에 대장균이 묻으면 사람의 손 등을 통해 전파되기도 한다. 식수를 통해 감염되기도 한다. 감염돼도 대개 1~2주 지나면 호전된다.

어린이와 노인은 용혈성 요독증후군(HUS)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갑자기 신장 기능이 망가져 환자 절반은 투석 치료를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게 진행된다. 유아 치사율은 10%, 노인 치사율은 5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출혈성 대장균의 합병증인 HUS는 1980년대 미국에서 처음 발견됐다. 오염된 소고기 분쇄육이 들어간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 수십 명이 집단 감염돼 햄버거병으로도 불린다.

2011년 독일에서도 장출혈성 대장균에 오염된 호로파 싹채소를 먹은 뒤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식중독 환자 3816명이 발생해 이 중 845명(22%)은 HUS로 진행됐고 54명이 사망했다. 2012년 일본에서도 배추절임을 먹고 100여 명이 HUS 증상을 호소해 7명이 사망했다. 안요한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장출혈성 대장균은 가열하면 사라지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있는 음식은 제대로 익혀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가금류로 감염되는 살모넬라균

장마철에는 식중독 환자가 늘어난다. 장마 기간에만 사는 세균은 없지만 고온다습한 날씨 때문에 세균 번식 속도가 빠르다. 햇빛의 자외선 양이 줄어드는 것도 세균이 활발히 활동하는 데 영향을 준다. 햇빛은 살균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식재료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생닭 생오리를 만진 뒤 위생수칙을 잘 지키지 않으면 살모넬라균에 감염되기 쉽다. 달걀을 통해서도 감염된다. 살모넬라균은 열에 약하다. 62~65도에서 30분 정도 가열하면 죽는다. 익혀 먹으면 대부분 감염을 피할 수 있다. 생닭을 조리한 손으로 과일 등을 만지거나 생닭을 손질한 칼 도마 등을 활용해 익혀먹지 않는 음식을 다루면 균이 남아 감염되기 쉽다. 도마는 따로 쓰고 생닭은 나중에 다루는 등 음식 조리 순서를 잘 지켜야 한다.

포도상구균 때문에 식중독이 생기면 증상이 빨리 나타난다. 포도상구균에 오염된 음식을 먹으면 1~6시간 안에 구토와 설사를 한다. 항생제나 지사제를 먹는 것보다는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장티푸스균에 감염되면 1~2주 정도 잠복기를 거쳐 40도 안팎의 고열, 두통, 설사 증상을 호소한다. 오들오들 떨리고 머리, 팔다리 관절이 쑤시는 증상이 나타나며 심하면 장출혈, 뇌막염 등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지원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발생의 70~80%가 오염된 물로 인한 전염”이라며 “병이 심해지면 2~3주 뒤부터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과 탈진상태로 이어진다”고 했다. 몸에 열꽃이 생기고 피가 섞인 변이 나오는 환자가 많다.

설사 없이 변비 증상을 호소하는 장티푸스 환자도 있다. 예방하려면 물을 끓여 마셔야 하고 음식은 익혀 먹어야 한다. 백신을 미리 맞는 것도 좋다.

절반 넘게 사망하는 비브리오패혈증

수인성 감염병인 이질도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성 질환이다. 이질은 용변 등으로 오염된 물을 통해 주로 감염되는데 전염력이 강하다. 물속에서 2~6주 동안 산다. 흙에서는 수개월 넘게 생존한다. 위산과 만나도 잘 죽지 않기 때문에 손에 조금만 묻어 있거나 이질균 200개 정도만 몸속으로 들어와도 증상이 생긴다.

구역질, 구토 등으로 시작해 3~6주 안에 수차례 설사를 하게 된다. 어린이와 노약자는 탈수증상으로 혼수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 설사를 계속하거나 탈수증상을 호소한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치료를 받더라도 절반 이상이 사망하는 비브리오패혈증도 무서운 질환이다. 바닷물에 사는 비브리오균은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는 여름에 빠르게 증식한다. 몸속에 균이 10만 개 정도 들어가야 발병한다.

만성간염 환자, 간경변증 환자가 비브리오균에 오염된 생선회나 생굴 등을 먹으면 위험하다. 한국은 간염 환자가 많아 더 주의해야 한다. 국내 환자의 90% 이상은 40~50대 남성이다. 간염 등을 앓고 있는 사람은 해산물을 익혀 먹어야 한다.

세균은 0~60도에서 잘 번식한다. 음식은 4도 이하에서 저장하고 60도 이상으로 가열해 먹어야 한다. 물론 60도 넘는 온도로 가열해도 죽지 않는 균이 있다. 포도상구균, 바실루스균, 클로스트리듐균의 독소다. 음식은 가능한 한 조리 직후 먹어야 한다. 손에 상처가 있다면 음식 조리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황색포도상구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스크 쓰는 장마철 피부관리도 주의

장마철에는 피부관리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비와 땀에 섞인 여러 화학물질과 불순물 때문에 피부가 손상될 위험이 크다. 무좀균은 고온다습한 조건에서 잘 번식한다. 젖은 신발은 충분히 말리고 신어야 한다. 사타구니 양쪽에 생기는 무좀인 완선은 대부분 발에 있던 무좀균이 옮겨가 생긴다. 피부가 습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항진균제 연고를 한 달 정도 바르면 치료된다.

여드름도 주의해야 한다. 기온, 땀, 습도는 여름철 여드름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올해 여름에는 더 주의해야 한다. 여드름이 잘 생기는 뺨 주위를 마스크로 가리면 피지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피지 분비가 늘면 여드름의 주범인 프로피오니박테리움이 증식한다. 김현주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은 “여드름균은 공기와의 접촉을 싫어하는 혐기성 세균”이라며 “마스크가 축축해졌다면 환기시켜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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