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열 곳 중 세 곳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이어질 경우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네 곳 중 세 곳은 올해 2~4월 생산량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줄었다고 답했다.

기업 27% "코로나 진정 안 되면 인력 구조조정 나설 것"
한국은행은 25일 발간한 ‘2020년 6월 지역경제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13일에서 이달 5일 전국 기업 451곳(제조업 263곳, 서비스업 158곳, 건설업 3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기업의 27.1%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인력을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인력 축소 규모에 대해서는 ‘인원 대비 10% 미만’이라고 답한 비율이 57.4%로 가장 많았다. 10~30%를 줄이겠다고 한 비율도 39.1%에 달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이미 직원을 줄였다고 답한 기업은 전체의 13%인 57곳으로 집계됐다.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을 묻는 항목에는 ‘채용을 보류하겠다’는 답변이 37.3%로 가장 높았다. ‘당초 계획보다 채용인원을 줄이겠다’거나 ‘채용 계획 자체를 백지화하겠다’는 응답도 28.4%에 달했다.

코로나19로 생산량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업의 76.4%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올해 2~4월 생산량이 전년 동기에 비해 줄었다고 답했다. ‘전년 동기 대비 생산량이 0~20% 줄었다’는 답변이 전체의 절반가량이었고 ‘생산량이 20% 이상 줄었다’는 답변은 30.4%에 달했다.

기업들은 설비투자도 줄이기로 했다. 설비투자 계획에 대한 설문에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답변은 38%에 그쳤다. ‘다소 또는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답변은 39.9%, ‘보류할 것’이라는 응답은 22.1%에 달했다.

자금조달 여건도 한층 팍팍해졌다. 자금 사정이 어떤지를 묻는 항목에는 조사 기업의 절반가량(52.8%)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자금조달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에 대해 묻자 ‘대출 담보 여력이 줄었다’(25.8%)거나 ‘금융회사가 대출한도를 줄였다’(24.2%)는 응답이 많았다. 이어 ‘신속하지 못한 자금지원’(14.6%)을 거론한 기업도 많았다.

사업 전망에 대한 설문에는 하반기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답변이 많았다. ‘하반기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응답이 36%, ‘내년 이후 회복될 것’이란 답변은 23.6%에 달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