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화웨이 하이크비전 등 20개 중국 기업을 인민해방군이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기업으로 지정한 뒤 추가 제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문건을 입수해 화웨이뿐만 아니라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중국항공공업그룹(AVIC) 등이 인민해방군 관련 기업 명단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이 명단을 최근 의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는 그동안 ‘중국 기술 스파이를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국방부에 중국군 소유 기업 명단을 공개하라고 압박해 왔다. 로이터는 “이번 명단에 올랐다고 해서 곧바로 제재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관련 기업들에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했다.

미 정부는 지난해 5월 화웨이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려 미국에서 부품 구매 등을 할 때 반드시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제한 데 이어 지난달엔 반도체 구매와 관련한 추가 제재를 가했다.

백악관은 이날 추가 제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으나 “미국 정부와 기업, 투자자, 학술기관 등이 이들 기업과 협력할 때 상당한 유의점을 준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별도 성명에서 “세계 시민들이 중국 공산당의 감시 국가 위험성에 눈을 뜨면서 화웨이에 등을 돌리고 있다”며 “‘반(反)화웨이’ 조류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통신사들과 화웨이 간 거래가 끊기고 있다며 프랑스, 인도, 호주, 일본, 영국 통신사 등과 함께 한국의 SK텔레콤, KT를 꼽았다. 이들 통신사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일본 통신사들도 화웨이에 맞서기 위해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공동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와 통신·전자기기 회사인 NEC는 최근 제휴를 맺고 통신회로 제어장치 등 5G 핵심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들이 손을 잡은 건 일본 통신시장을 화웨이 등 해외 업체로부터 방어하기 위해서다. 화웨이와 스웨덴 에릭슨, 핀란드 노키아 등 3개사는 세계 5G 기지국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 주요 통신사도 이날 화웨이 대신 에릭슨과 노키아를 5G 네트워크 장비 공급업체로 선정했다. 싱가포르 최대 통신사인 싱텔은 에릭슨을, 2위 통신사 스타허브와 3위 통신사 MI의 합작사는 노키아를 선택했다.

안정락 기자/도쿄=정영효 특파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