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의 주가 급락, 위워크의 상장 실패, 쿠팡의 만년 적자….

최근 비상장 스타트업 업계에서 잇따라 발생한 일이다. 이들 기업은 청사진을 내걸고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했다. 그러나 약속한 수익을 내지 못해 진통을 겪으면서 투자 업계에서는 회의론이 일고 있다. 임해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제부터는 돈을 버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현재의 수익성이 그들의 가치를 증명하는 주요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만년 적자 기업은 불안…'수익성 뛰어난 유니콘' 찾아보니
대신증권이 ‘듀폰 분석’으로 국내 비상장 스타트업(설립 10년 이내인 신생 벤처기업)을 고찰한 보고서를 25일 냈다. 듀폰 분석은 순이익률(순이익/매출), 자산 회전율(매출/자산), 재무 레버리지(자산/자기자본) 등 세 가지 지표로 기업을 분석하는 방식을 말한다. 순이익률(자산 매각 등 일회성 요인은 제거)과 자산 회전율은 각각 이윤 창출과 자산 활용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높을수록 좋다. 재무 레버리지는 높을수록 빚이 많다는 얘기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설립된 태양전지 업체 에스케이트리켐은 순이익률 39.4%로 분석 대상 스타트업 30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이 기업은 자산 회전율(1.0배)과 재무 레버리지(1.2배)는 낮은 편이었다. 골프장 운영 업체 세종개발도 순이익률이 33.9%로 높았고 자산 회전율(1.0배)과 재무 레버리지(1.3배)는 비슷했다. 분석 대상 기업의 순이익률은 6.2~39.4% 범위에 있고 자산 회전율은 1.0~3.1배, 재무 레버리지는 1.2~1.5배 수준이었다.

식음료 분야에서 유명한 공차코리아는 순이익률, 자산 회전율, 재무 레버리지가 각각 22.1%, 2.0배, 1.4배로 중간 수준이었다. 아동용 콘텐츠 ‘아기 상어’로 잘 알려진 콘텐츠 기업 스마트스터디(29.8%·1.1배·1.2배)는 재무 레버리지가 높은 편이었다. 세 수치를 종합한 평점은 산출하지 않았다. 각 수치가 보여주는 바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목받고 있는 비상장 물류 기업은 어떨까. 쿠팡은 순이익률이 -10.1%로 낮았고 재무 레버리지는 62.2배로 높았다. 큰 투자를 받아 사업을 하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 위메프도 순이익률과 재무 레버리지가 각각 -17.4%, 53.9배로 사정은 비슷했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순이익률 -22.8%, 재무 레버리지 2.2배로 사정이 비교적 나았다.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벤처캐피털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 기업가치에 거품이 끼기 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적 투자 자금이 스타트업에 들어가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들은 가시적인 현금흐름 창출능력을 벤처캐피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익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은 이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