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무능한 관료·기득권 저항…"일본은 정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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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재팬
브래드 글로서먼 지음 / 김성훈 옮김
김영사 / 428쪽│1만9800원
브래드 글로서먼 지음 / 김성훈 옮김
김영사 / 428쪽│1만9800원
“일본은 항상 스스로 기러기떼 맨 앞에서 선도하는 기러기로 여겼다. 이제 더는 그렇지 않다.”
27년간 일본을 연구해온 미국인의 시선으로 최근 10여 년 사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 등을 바라본 책이 나왔다. 일본 다마대 룰형성전략연구소(CRS) 부소장이자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포럼 선임고문인 브래드 글로서먼이 쓴 《피크 재팬: 마지막 정점을 찍은 일본》이다.
책 초반엔 일본의 근현대사가 간략히 소개된다. 저자는 “일본은 전후 국가 재건에 성공해 세계를 호령하는 경제대국이 됐다가 ‘잃어버린 10년’을 겪고 잠시 활기를 되찾았지만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의 부활을 부르짖고 있지만 소용없는 분위기”라고 평가한다.
그는 일본의 몰락 이유를 ‘네 가지 충격’으로 분석한다. 첫 번째 충격은 2008년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다. 두 번째는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된 사건이다. 세 번째는 중국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토 분쟁, 마지막은 2011년 3월 일어난 동일본대지진이다.
언뜻 보면 일본 바깥에서 일어난 폭풍 때문에 일본이 흔들리고 있다는 설명으로 들린다. 하지만 저자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따로 있다. 일본 내부의 개혁이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외부 요인에 재빨리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리먼 사태를 논하면서 일본의 비대한 경제 규모, 조직화된 기득권의 저항,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 일본만의 독특한 자본주의에 대해 지적한다. 그 배경으로 일본 정치계의 오랜 관행을 꼬집는다. 오직 상대방을 좌절시키겠다는 ‘반대를 위한 반대’, 관료 중심으로 모든 정책이 결정되는 ‘재포크라시’, 전문성 없는 정치인들이 각료를 돌아가며 맡는 ‘가라오케 민주주의’다. 마치 노래방 반주에 따라 화면에 나오는 가사만 따라 부르면 끝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동일본대지진으로 일본 국민들이 갖고 있던 선진국 의식과 정부에 대한 믿음이 처절히 파괴됐다고 강조한다. 책 속엔 일본 고위 정부 관계자가 동일본대지진 당시 한 말이 나온다. “3월 11일 재난은 우리가 품고 있던 환상에 종지부를 찍었다. 우리는 우리 경제가 영원히 성장하고, 국가 부채가 미래 세대에 전가되며, 미국이 우리를 보호하리라고 생각해왔다. 이제 그런 행복감은 끝났다.”
저자는 아베 정부에 대해서도 “국위를 선양하고 아시아 지역과 전 세계 무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확보하려 하는 전통적인 강대국주의자가 마지막으로 애를 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 사회의 초고령화는 돌이킬 수 없고, 불황 시기만을 겪어온 일본 청년층에겐 패배주의와 체념의 정서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본은 한국의 선행모델이자 반면교사 대상이다. 일본과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는 너무나 닮았다. 저자도 이 점을 한국어판 서문에서 언급하며 “일부 한국인은 일본의 어려움을 고소하게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인들은 이 책을 경고의 메시지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27년간 일본을 연구해온 미국인의 시선으로 최근 10여 년 사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 등을 바라본 책이 나왔다. 일본 다마대 룰형성전략연구소(CRS) 부소장이자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포럼 선임고문인 브래드 글로서먼이 쓴 《피크 재팬: 마지막 정점을 찍은 일본》이다.
책 초반엔 일본의 근현대사가 간략히 소개된다. 저자는 “일본은 전후 국가 재건에 성공해 세계를 호령하는 경제대국이 됐다가 ‘잃어버린 10년’을 겪고 잠시 활기를 되찾았지만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의 부활을 부르짖고 있지만 소용없는 분위기”라고 평가한다.
그는 일본의 몰락 이유를 ‘네 가지 충격’으로 분석한다. 첫 번째 충격은 2008년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다. 두 번째는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된 사건이다. 세 번째는 중국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토 분쟁, 마지막은 2011년 3월 일어난 동일본대지진이다.
언뜻 보면 일본 바깥에서 일어난 폭풍 때문에 일본이 흔들리고 있다는 설명으로 들린다. 하지만 저자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따로 있다. 일본 내부의 개혁이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외부 요인에 재빨리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리먼 사태를 논하면서 일본의 비대한 경제 규모, 조직화된 기득권의 저항,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 일본만의 독특한 자본주의에 대해 지적한다. 그 배경으로 일본 정치계의 오랜 관행을 꼬집는다. 오직 상대방을 좌절시키겠다는 ‘반대를 위한 반대’, 관료 중심으로 모든 정책이 결정되는 ‘재포크라시’, 전문성 없는 정치인들이 각료를 돌아가며 맡는 ‘가라오케 민주주의’다. 마치 노래방 반주에 따라 화면에 나오는 가사만 따라 부르면 끝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동일본대지진으로 일본 국민들이 갖고 있던 선진국 의식과 정부에 대한 믿음이 처절히 파괴됐다고 강조한다. 책 속엔 일본 고위 정부 관계자가 동일본대지진 당시 한 말이 나온다. “3월 11일 재난은 우리가 품고 있던 환상에 종지부를 찍었다. 우리는 우리 경제가 영원히 성장하고, 국가 부채가 미래 세대에 전가되며, 미국이 우리를 보호하리라고 생각해왔다. 이제 그런 행복감은 끝났다.”
저자는 아베 정부에 대해서도 “국위를 선양하고 아시아 지역과 전 세계 무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확보하려 하는 전통적인 강대국주의자가 마지막으로 애를 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 사회의 초고령화는 돌이킬 수 없고, 불황 시기만을 겪어온 일본 청년층에겐 패배주의와 체념의 정서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본은 한국의 선행모델이자 반면교사 대상이다. 일본과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는 너무나 닮았다. 저자도 이 점을 한국어판 서문에서 언급하며 “일부 한국인은 일본의 어려움을 고소하게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인들은 이 책을 경고의 메시지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