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해외 주재원, 유학생 등 재외국민은 전화·화상을 통해 국내 대형병원 의료진에게 진료·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현행 의료법은 환자-의료인 간 원격의료를 금지하고 의료인-의료인 간 원격으로 지식 및 기술 지원 등만 가능하도록 해놓고 있다. 정부는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화 상담과 처방을 지난 2월부터 한시적으로 허용해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2020년도 제2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어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상담 서비스를 비롯한 8건의 안건을 의결했다.

인하대병원과 라이프시맨틱스가 각각 신청한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상담 서비스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제1호 샌드박스 신청 사업이다. 올 1월 발표한 규제 샌드박스 발전 방안에 따라 대한상의는 규제 샌드박스 지원센터(민간 전담기구)로 지정됐다.

이 사업은 재외국민이 온라인 플랫폼에 기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의료기관이 전화·화상 등을 통해 의료상담과 진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재외국민이 비대면 진료를 통해 받은 처방전은 외국에선 거의 활용하기 힘들다. 하지만 국내 보호자에게 처방전을 보내고 보호자가 국내에서 의약품을 구입해 해외에 보내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해당 국가가 정한 법률과 통관 과정에 부합해야 한다. 인하대병원과 라이프시맨틱스는 임시허가를 통해 최소 2년간 사업을 시범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규제 샌드박스는 환자-의료인 간 직접 원격의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현행 의료법에 예외를 만들어준 셈이다. 의료계와 관련 업계에선 이번 규제 샌드박스가 원격 진료 허용의 ‘물꼬’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의료법은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내 의료인과 대면진료가 사실상 제한된 국외 환자에게까지 이를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인하대병원은 자체 앱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비대면 진료 관련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라이프시맨틱스는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3개 병원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