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산업을 바라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각이 갈수록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정위는 플랫폼산업 규제에 신중한 입장이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됐다. 그만큼 관련 기업에 대한 규제 강도는 세질 전망이다.

공정위 내 기류 변화는 한 달 전 발표한 ‘플랫폼업체 간 경쟁에 대한 심사지침 제정 방침’과 25일 공개한 ‘플랫폼산업 규제안’을 대비하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공정위는 지난달 새로운 법 제정 및 개정 없이 기존 법을 토대로 내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날 지침이 아닌 신규 법 제정 등을 통해 플랫폼산업을 규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TF 등 중립적인 의견 수렴 조직도 구성하지 않았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최소한의 의견 수렴 장치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정위가 확연히 공격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의 공개 발언을 통해서도 공정위의 시각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조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언론 인터뷰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인 ‘타다’는 혁신적 모습과 새로운 서비스로 시장의 경쟁을 불러일으킨다는 측면이 있다”며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정위의 전통적 관점에서 보면 분명히 플러스(+)”라고 평가했다. 한발 더 나아가 “공정위가 보다 일찍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며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수장을 맡던 시절의 공정위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랬던 조 위원장이 지난달 한 강연에서는 다른 얘기를 했다. 그는 “플랫폼 사업자들은 기본적으로 독점시장을 조성하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며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탄생한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이 신규 경쟁자를 제거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조 위원장과 공정위 내부의 기류 변화가 김 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들과의 교감 속에서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지금도 공정위 일부 조직은 김 실장과 업무보고를 한다”며 “주요 정책 방향 결정 과정에서 김 실장과 협의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여당의 총선 압승을 등에 업고 그동안 처리하지 못했던 기업 규제 법안들을 모두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