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게 골프 할 수 있게 해준 한국에 감사해요"
대만 출신 첸유주(23·사진)는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풀타임’을 뛰는 유일한 외국 국적 선수다. 코리안드림의 부푼 꿈을 안고 2017년 한국으로 건너왔다. 3년 만인 올해 시드순위전(16위)을 거쳐 정규투어 무대를 밟았다. 기쁨도 잠시. 코로나19라는 장애물이 나타났다.

25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만난 그는 “많은 기대를 안고 투어를 준비했는데 코로나19가 덮쳤다. 대만은 아직 골프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전하게 대회를 열어주는 한국 골프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날 포천힐스CC에서 개막한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은 그가 올해 출전한 네 번째 대회다. “지난 3개 대회에선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해 조급함도 있다”고 털어놨다.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서 기록한 58위가 최고 성적. 한국여자오픈에선 커트 문턱에서 좌절했고, 그나마 3언더파로 순조롭게 출발한 S-OIL챔피언십은 악천후 때문에 대회가 취소됐다.

첸유주는 “꼭 카드를 지키고 싶다. 그러려면 우승이나 그에 근접한 성적이 필요하다”며 “이번주에 좋은 결과를 얻어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뛰고 싶은 마음이 큰 것도 그를 채찍질한다. 스스로를 ‘지한파’라고 말하는 그는 “박인비를 동경하고 박성현을 닮고 싶다”고 했다. 그는 “숙박공유사이트 앱으로 전국을 돌아다녔어도 대만으로 돌아갈 생각은 안 했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창궐했을 때 대만에 있는 가족이 귀국을 권유했으나 그는 한국에 남는 것을 택했다. 한국이 ‘코로나19 대응 선진국’으로 불리지만, 대만은 확진자가 한국의 30분의 1 수준인 446명(질병관리본부 25일 기준)에 불과하다. 첸유주는 “안전하기로만 따지자면 대만이 훨씬 안전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골프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올해 경기 성남시 분당에 집을 구했고, 집에서 혼자 음식도 조리해 먹는다. 요즘은 한국 라면의 매력에 푹 빠졌다. 첸유주는 “대회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매 경기 집중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KLPGA투어에서 활동하며 우승한 최초의 대만 선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포천힐스CC=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