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NSF 커리어어워드 수상 강지호 교수 "VR로 즐겁게 공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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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시험지를 마주한 학생은 정답을 찾거나, 오답을 내거나, 아예 포기해버리죠. 능력이 부족해서일까요? 어쩌면 수동적인 학습 방식의 문제는 아니었을까요?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면 최소한 포기라는 선택지는 고르진 않겠죠."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최근 강지호(47) 미 오클라호마 대학교 산업시스템 공학과 교수를 '커리어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커리어 어워드는 미국 정부가 이공계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수준의 연구 계획을 제시한 이에게 주는 상이다.
'가상현실(VR)을 활용한 다자간 참여 스마트 학습'이라는 주제로 수상한 강 교수는 올해부터 5년 동안 총 40만달러(약 4억8천만원)의 연구 지원금을 받게 됐다.
강 교수는 2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이번 연구의 결실로 미래의 아이들에게 '공부란 즐거운 일'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 공학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학문
"인간의 가장 큰 본성은 호기심과 그것을 풀어내려는 탐구심일 겁니다.
공학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최적의 학문이라 생각하고요.
"
2000년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SDS에서 근무하던 중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퍼듀대 산업공학과 석박사를 수료했다.
그는 "공학도지만 언제나 방점은 컴퓨터가 아닌 인간에 찍혔다"며 "세부 전공이 '인간공학'이라 건강, 항공·자동차, 기상학 등 우리 일상과 밀접한 분야와 늘 함께 연구했다"라고 강조했다.
2013년부터 미 버지니아 대학교 시스템 공학부와 드렉셀대학교 컴퓨터정보공학부에서 포스닥(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다.
여기서 인지 공학의 한 분야인 아이트래킹(시선 추적) 시스템 연구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항공사고를 막기 위해 관제사의 시선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교육에 접목시킨 아이디어도 여기서 나왔다.
그는 "마침 이 분야에 관심이 있던 미 연방항공국(FAA)과 협업할 기회도 얻었다"라며 "2014년 오클라호마 대학에 부임을 결심한 이유도 캠퍼스가 항공국과 가까워 언제든 긴밀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 수면실 된 강의실, 바꿀 방법 없을까 강단에 설 때마다 매번 느꼈던 안타까운 점은 강의실의 풍경이다.
학생 대다수는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가만히 칠판만 바라보기만 했기 때문이다.
그는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상호 작용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며 "아이트래킹으로 좀 더 흥미롭고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가령 물리학 수업에서 항공기가 날아가는 원리를 책으로만 이해하려면 많은 이들이 어려워하겠지만, 가상 공간에서 항공기를 조종하거나 움직이는 모습을 눈앞에서 관찰한다면 낙오하는 학생이 줄 거라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흥미를 잃거나 이해가 더딘 학습자가 있더라도 뇌파와 손의 움직임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맞춤형 추가 정보를 제공한다.
여러 명이 동시에 학습할 때도 개별 패턴을 분석해 각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따로 보여준다.
그는 "쉽게 말해 교재에서 필요한 내용만 시각화한다는 의미"라며 "미 국립과학재단이 이 부분을 주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기술이 가장 필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라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학교가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상호작용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누구나 배울 수 있다는 믿음, 증명하고파" 연구는 늘 막연함이란 장벽에 부딪혔다.
선례가 없던 연구라 참고 자료나 자문할 연구진 등 기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밑바닥에서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연구 진전이 더뎠죠. 실험 대상도 구하기 힘들었는데요.
항공 관제 분야의 전문가를 구할 수 없어서 포기 직전에 미 항공관제협회 측이 도움을 줘 극적으로 실험을 이어간 적도 있었습니다.
"
그는 "막연함 속에서 묵묵히 걷다 보니 어느 순간에 기회가 눈앞에 왔다"며 "곁에서 지지해준 아내와 딸이 아니었으면 진작에 포기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 반드시 마침표를 찍고 싶어 하는 것은 '공부는 인간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성별이나 나이, 피부색과 빈부 격차를 떠나 누구나 배울 권리가 있다는 의미다.
"누구나 한번은 답답하고 지루함을 못이겨 교과서를 덮었던 경험이 있죠. 그러나 공부는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이며 그것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배움의 길이 막힌 어린이에게 스스로 그런 환경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주고 싶습니다.
"
/연합뉴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최근 강지호(47) 미 오클라호마 대학교 산업시스템 공학과 교수를 '커리어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커리어 어워드는 미국 정부가 이공계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수준의 연구 계획을 제시한 이에게 주는 상이다.
'가상현실(VR)을 활용한 다자간 참여 스마트 학습'이라는 주제로 수상한 강 교수는 올해부터 5년 동안 총 40만달러(약 4억8천만원)의 연구 지원금을 받게 됐다.
강 교수는 2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이번 연구의 결실로 미래의 아이들에게 '공부란 즐거운 일'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 공학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학문
"인간의 가장 큰 본성은 호기심과 그것을 풀어내려는 탐구심일 겁니다.
공학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최적의 학문이라 생각하고요.
"
2000년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SDS에서 근무하던 중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퍼듀대 산업공학과 석박사를 수료했다.
그는 "공학도지만 언제나 방점은 컴퓨터가 아닌 인간에 찍혔다"며 "세부 전공이 '인간공학'이라 건강, 항공·자동차, 기상학 등 우리 일상과 밀접한 분야와 늘 함께 연구했다"라고 강조했다.
2013년부터 미 버지니아 대학교 시스템 공학부와 드렉셀대학교 컴퓨터정보공학부에서 포스닥(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다.
여기서 인지 공학의 한 분야인 아이트래킹(시선 추적) 시스템 연구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항공사고를 막기 위해 관제사의 시선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교육에 접목시킨 아이디어도 여기서 나왔다.
그는 "마침 이 분야에 관심이 있던 미 연방항공국(FAA)과 협업할 기회도 얻었다"라며 "2014년 오클라호마 대학에 부임을 결심한 이유도 캠퍼스가 항공국과 가까워 언제든 긴밀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 수면실 된 강의실, 바꿀 방법 없을까 강단에 설 때마다 매번 느꼈던 안타까운 점은 강의실의 풍경이다.
학생 대다수는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가만히 칠판만 바라보기만 했기 때문이다.
그는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상호 작용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며 "아이트래킹으로 좀 더 흥미롭고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가령 물리학 수업에서 항공기가 날아가는 원리를 책으로만 이해하려면 많은 이들이 어려워하겠지만, 가상 공간에서 항공기를 조종하거나 움직이는 모습을 눈앞에서 관찰한다면 낙오하는 학생이 줄 거라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흥미를 잃거나 이해가 더딘 학습자가 있더라도 뇌파와 손의 움직임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맞춤형 추가 정보를 제공한다.
여러 명이 동시에 학습할 때도 개별 패턴을 분석해 각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따로 보여준다.
그는 "쉽게 말해 교재에서 필요한 내용만 시각화한다는 의미"라며 "미 국립과학재단이 이 부분을 주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기술이 가장 필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라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학교가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상호작용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누구나 배울 수 있다는 믿음, 증명하고파" 연구는 늘 막연함이란 장벽에 부딪혔다.
선례가 없던 연구라 참고 자료나 자문할 연구진 등 기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밑바닥에서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연구 진전이 더뎠죠. 실험 대상도 구하기 힘들었는데요.
항공 관제 분야의 전문가를 구할 수 없어서 포기 직전에 미 항공관제협회 측이 도움을 줘 극적으로 실험을 이어간 적도 있었습니다.
"
그는 "막연함 속에서 묵묵히 걷다 보니 어느 순간에 기회가 눈앞에 왔다"며 "곁에서 지지해준 아내와 딸이 아니었으면 진작에 포기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 반드시 마침표를 찍고 싶어 하는 것은 '공부는 인간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성별이나 나이, 피부색과 빈부 격차를 떠나 누구나 배울 권리가 있다는 의미다.
"누구나 한번은 답답하고 지루함을 못이겨 교과서를 덮었던 경험이 있죠. 그러나 공부는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이며 그것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배움의 길이 막힌 어린이에게 스스로 그런 환경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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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