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고생시키는 아버지 원망했어요~' 막걸리 한 잔에 밀려드는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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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차영의 유행가 '시대의 하모니'
(20) 강진의 막걸리 한 잔
류선우 작사·류선우 작곡·2019년 발표
(20) 강진의 막걸리 한 잔
류선우 작사·류선우 작곡·2019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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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동네 소문났던 천덕꾸러기/ 막내아들 장가가던 날/ 앓던 이가 빠졌다며 덩실 더덩실/ 춤을 추던 우리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들 많이 컸지요/ 인물은 그래도 내가 낫지요/ 고사리손으로 따라주는 막걸리 한 잔/ 아버지 생각나네/ 황소처럼 일만 하셔도/ 살림살이는 마냥 그 자리/ 우리 엄마 고생시키는/ 아버지 원망했어요/ 아빠처럼 살긴 싫다며/ 가슴에 대못을 박던/ 못난 아들을 달래주시며/ 따라주던 막걸리 한 잔.’(가사 일부)
술(막걸리)은 유행가의 주요 모티브다. 1932년 채규엽은 ‘술은 눈물일까 한숨이랄까’로 식민지 시절 민초들의 가슴팍을 후벼 팠다. ‘이 술은 눈물이냐 긴 한숨이냐/ 구슬프다 사랑의 버릴 곳이여….’ 1956년 황정자는 ‘오동추야 달이 밝아 오동동이냐/ 동동주 술타령이 오동동이냐…’로 흐르는 ‘오동동 타령’으로 6·25전쟁으로 상처 난 민초들의 빈 가슴을 위무했다. 이 노랫말에 걸친 동동주도 막걸리의 한 종류다. 1994년 최백호는 ‘낭만에 대하여’로 노래 속의 막걸리를 위스키로 격상시킨다.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서 ‘도라지 위스키’ 한 잔을 걸치고, 짙은 색소폰 소릴 들으며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는 농담을 던진다. 유행가는 세태의 변화를 치렁치렁 달고 있는, 세월 따라 자라는 나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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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차영 < 한국콜마 전무·여주아카데미 운영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