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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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의 기소가 적절한지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던진 승부수에서 검찰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불법승계 의혹 수사와 관련해 기소 여부의 타당성과 검찰 수사의 적법성 등을 판단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는 26일 연 현안위원회에서 이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렸다.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14명의 현안위 위원은 이날 검찰과 변호인단이 제출한 A4용지 100쪽 분량의 의견서를 읽은 뒤 약 9시간여 만에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전문가들 대부분이 불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기소에 직면했던 이 부회장으로선 검찰 수사가 다소 무리라는 여론을 충분히 이끌어낼 포석을 마련한 셈이다.

◆수사심의위 “이재용 기소는 무리인 듯”

삼성 측은 이날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위법은 없었다"며 "두 회사의 합병 비율 역시 과거 법원이 '문제가 없다'고 판결을 내렸다"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합병건은 지난 2017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고, 합병이 승계와 관련있다고 해도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민사 판결로 이미 무죄로 판단을 받은 건에 대해 현안위원들이 ‘형사적으로는 유죄’라고 봐야한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짚었다.

삼성측은 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 역시 형식상 해석이 다를 뿐, 위법 요소는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11월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세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단독지배(종속회사)에서 공동지배(관계회사) 구조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억5000억원 가량 높였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러나 미국의 회계기준에 따르면 삼성에피스 설립 당시 바이오젠의 지분은 15%에 불과해 처음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지배 회사로 보면 안 된다는 것이 삼성측 주장이다.

반면 검찰 측은 최근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심사 당시 법원이 "재판에서 다툴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이 사건을 위원회가 불기소 처분을 내릴 시 '사법 정의' 구현에 어긋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촘촘한 논리로 맞붙었지만 검찰 외부의 전문가들은 삼성 측 손을 들어줬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밖의 시각에서 봤을 때 검찰이 무작정 '재벌때리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러난 것"이라며 "검찰로선 수사를 무리해 이끌고 있다는 여론전에 '뭇매'를 맞을 수 밖에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檢, 기소 강행할 가능성

법조계는 수사심의위의 결론과는 별개로,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해 기소를 강행할 것으로 보고 시각이 우세하다. 이미 이 부회장에 대해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한 전적이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을 재판장에 세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예측이다.

다만 기소를 강행한다면 수사심의위의 판단을 무시하는 것이여서 앞으로 남은 절차에서 '부담감'과 ‘질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수사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만든 제도이기 때문이다. 수사심의위 의견을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지만, 2018년 제도 도입 이후 지금까지 총 여덟 차례 열린 수사심의위에서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모두 받아들였다.

검찰과 삼성의 맞대결은 이제 '본게임' 시작일 뿐이란 해석도 나온다. 검찰이 기소하더라도, 해당 사건을 두고 재판장에서 공방을 시작하는 순간 '또다른 라운드'의 법리 다툼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수사심의 결과와 상관없이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며 "기소 전까지만 검찰의 몫일 뿐, 수사심의위 의견은 재판장에서 힘을 발휘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의견이 나왔지만 재판부가 큰 영향받는 것은 없을 것"이라며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검찰 밖'의 시각을 확인할 수 있는 참고 사항일 뿐, 증거를 바탕으로 유·무죄를 판단하는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안효주/이인혁/남정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