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인 보안검색 요원의 정규직 전환 방침을 발표한 뒤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이 지난 25일 청와대 인근에서 공정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인 보안검색 요원의 정규직 전환 방침을 발표한 뒤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이 지난 25일 청와대 인근에서 공정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 직원 정규직화에 따른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연봉·처우 문제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과도한 특혜 또는 불공정”이라고 비판하고, 반대 편에서는 “임금 차이가 엄연한데 가짜 뉴스로 갈등을 조장한다”며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들 간의 임금 차이는 당분간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향후 노동조합 권력 구도 변화가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보안검색 직원 노조가 인천공항의 대표노조가 되면서 결국 단체협상의 주도권을 쥐게 되고, 상대적으로 기존 직원들의 역차별이 조금씩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정규직 노조와 보안검색 직원 노조간 갈등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다른 공항과 도로공사 등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세지는 등 '노노(勞勞)갈등'이 공공운수 분야 전반으로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3800만원 vs 8400만원

보안검색 직원에 대한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화 발표 직후 취업준비생들의 공분을 산, 이른바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는 청와대는 물론 여야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그야말로 ‘사태’가 됐다. “이게 공정이냐? 공공기관 정규직화를 멈추라”는 구직청년들의 분노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닷새 만에 지지자가 25만명을 넘었다.

여야 정쟁으로까지 비화된 인국공 사태 갈등의 핵심은 공정성 논란과 함께 정규직이 되는 보안검색 직원들이 기존 정규직과 같은 임금과 처우를 받느냐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사 정규직 신입사원의 초봉은 연 4600만원, 직원 전체 평균연봉은 약 8400만원 수준이다. 협력업체 소속인 보안검색 직원들의 초봉은 약 3600만원, 평균연봉은 약 3800만원이었다. 이들이 공사 정규직이 되면 급여는 3.7% 가량 올라 약 4000만원 정도 받게 된다. 임금 인상분(3.7%)은 그동안 용역업체에 지급하던 수수료 등 경비를 근로자들에게 직접 지급하는 데 따른 것이다. 현행 임금체계대로라면 보안검색 직원들이 공사 정규직이 되더라도 기존 정규직과의 임금차이는 2배 가량 나는 셈이다.

정규직 전환 발표 이후 보안검색 직원들을 향해 ‘무임승차’ 비난이 쏟아지자 보안검색 노조가 “우리는 청원경찰이라는 별도직군으로 채용되고, 급여 또한 공사일반직 직원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며 성명을 낸 이유다.

○교섭대표 노조가 바뀌면

보안검색 노조의 ‘항변’처럼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하루 아침에 연봉 5000만원이 된다’는 비판은 적절치 않다. 하지만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인국공 사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향후 수년 내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여당에서는 기존 정규직들의 반발이 지나치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실제 수년 내에 이들의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복수노조를 허용하면서 원활한 노사관계를 위해 과반수 노조에게 사측과의 협상권을 부여하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직원은 1480명,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 예정인 보안검색 직원은 1902명이다. 정규직 전환이 완료되면 과반 노조는 보안검색노조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규직이 됐다고 해서 당장 임금테이블을 손댈 수는 없겠지만 복리후생은 기존 정규직과 차별을 두기 어렵다”며 “향후 정규직화 된 보안검색노조가 교섭대표 노조가 되면 기존 정규직 노조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인천공항 보안검색 노조 관련 온라인 오픈채팅방에는 “일단 들어가면 노조 우리가 뺏어서 급여 가져올 수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는 정부도 잘 알고 있는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교섭대표노조가 된 보안검색노조가 돼 임금·단체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고 처우 개선을 요구할 수는 있다”며 “그렇게 되면 기획재정부의 총액 인건비 규정에 따라 기존 정규직의 ‘파이’는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기존 정규직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선 인천공항공사의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급단체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곤혹스러운 모양새다. 인천공항 정규직 노조와 보안검색노조 모두 한국노총 소속이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입장에선 어느 쪽 노조의 편을 들 수 없는 상황이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인국공 사태와 관련해 “아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