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동학개미’뿐만이 아니었다. 전세계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투자의 선봉에 섰다. 그동안 주식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일본 개인들이 뛰어들었고, 온라인 주식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는 필리핀 등 여러 아시아 국가의 개인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코로나19 기간에 주식 투자로 상당한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통신의 2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주식 투자에 새로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했다. 코로나19로 전세계 증시가 출렁댔던 지난 2~4월 일본에서 개인의 신규 주식거래계좌 개설(온라인 기준) 건수는 82만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 이상이다. 과거 버블 붕괴로 ‘쓴맛’을 봤던 일본 개인들이 제로금리 시대에도 주식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결과다. 일본 금융회사 모넥스그룹이 이달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37%가 주식투자 비중을 늘렸다고 답했다. 주식 등 위험자산을 팔아 현금화했다는 답변은 17%에 그쳤다. 코로나19 봉쇄기간 동안 개인의 주식거래가 급증했고, 이 추세는 이들이 일터로 복귀한 뒤에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개인투자자들은 실제로도 상당한 평가차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기술 스타트업으로 구성된 일본 마더스 인덱스(Mothers index)는 코로나19 동안 급등했다. 마더스 인덱스를 구성하는 스타트업 320곳 중 7곳을 제외한 절대다수의 주가가 상승했다.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다. 온라인 계좌 개설이 수월해진 영향이기도 하다. 필리핀 증권사인 AAA 사우스이스트 에쿼티즈에 따르면 3월부터 개설되는 온라인 주식계좌 수는 과거보다 2~3배 급증했다. 인도에서는 3월부터 180만개의 신규 계좌가 개설됐다. 다만 중국은 3~4월엔 신규 주식거래 계좌가 급증했다가 지난달부터는 소강세로 돌아섰다. 이미 주식계좌를 보유한 중국 개인 투자자들이 많았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개인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초기에 보유 지분을 팔아치웠던 ‘큰손’ 기관투자가들과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에 따르면 미 퇴직연금[401(k)] 등의 개인 가입자들 중 95%는 올 들어 4개월 동안 전혀 거래를 하지 않았다. 오직 1%만이 주식을 팔았고 나머지는 보유했다. 뱅가드의 개인 계좌 중 12%만이 2월말부터 5월 초에 주식 거래를 했는데, 이 중에서도 3분의 2 이상이 주식을 사들였다. 미 현지에서는 미 개인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에서는 동학개미에 비교되는 개인 투자자인 ‘로빈후드 투자자’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적극적인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