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현장에서 주로 근무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소방관이 순직을 인정 받았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참혹한 현장에서 주로 근무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소방관이 순직을 인정 받았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참혹한 현장에 자주 노출되는 구급 업무를 10년 넘게 담당해온 소방관이 공황장애를 앓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데 대해 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김국현 수석부장판사)는 숨진 소방관 A 씨의 아내 B 씨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낸 '순직 유족급여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1992년부터 소방관으로 일해왔던 A 씨는 2001년부터 화재진압 업무 외 구급업무를 함께 담당해오다 2015년 4월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유족은 A 씨가 구급 업무와 불규칙한 교대 근무에 시달리다 정신 질환을 얻었고, 병이 악화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순직 유족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 씨의 순직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A 씨가 공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며 "공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 주된 근거로 A 씨가 2001년 이후 사망 전까지의 기간 중 12년 동안을 참혹한 현장을 목격할 수밖에 없는 구급 업무를 하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로 인해 공황장애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앓게 된 뒤에도 충분히 회복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점을 들었다.

특히 A 씨는 평소 동료 직원들에게도 구급 업무의 부담감을 자주 토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참혹 현장 출동이 유독 잦았던 2010년 정신과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다가 3년 뒤에는 중단한 것에 대해 재판부는 "약이 몸에 해롭다는 말과 직장에 알려질까 두려운 마음에 A 씨가 치료를 그만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 씨가 2014년 승진과 함께 다른 부서로 배치됐다가 응급구조사 자격증 보유자라는 이유로 6개월 만에 구급 업무로 복귀한 점을 지적하며 "여러 정황을 볼 때 A 씨가 "깊은 절망감에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