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근 이화여대 경영대학장은 인터뷰를 통해 2개 사외이사 양성과정을 개설해 2022년까지 여성 인재를 140여 명 배출해 내겠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제공
김효근 이화여대 경영대학장은 인터뷰를 통해 2개 사외이사 양성과정을 개설해 2022년까지 여성 인재를 140여 명 배출해 내겠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제공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국내 기업들은 당장 200여 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확보해야 합니다. 전문성을 갖추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여성 인재를 육성하려고 합니다.”

김효근 이화여대 경영대학장은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대학에선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 양성과정을 개설해 내년까지 140여 명의 여성 사외이사 풀을 확보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대 경영대학은 오는 8월부터 여성 사외이사 양성교육에 나선다. 15주 과정의 사외이사전문과정과 8주짜리 사외이사 아카데미 등 2개 교육과정을 개설한다. 이남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등 다른 대학 교수진은 물론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천준범 법무법인 세움 파트너변호사 등 현장 전문가들로 교수진을 구성했다.

이대가 여성 사외이사 인재풀을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교육과정을 개설한 이유는 지난 1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은 이사회를 구성할 때 특정 성의 이사로만 꾸릴 수 없고, 여성 사외이사를 한 명 이상 확보해야 해서다. 김 학장은 “기업 내 여성 사외이사는 교수, 변호사, 회계사 등 일부 전문가들이 지목되고 있는데 후보 리스트에 올릴 수 있는 절대 숫자가 부족하다”며 “앞으로 230여 개 기업이 여성 사외이사를 한 명 이상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적인 처벌조항은 없지만 강제조항이기 때문에 실제 적용되는 2022년 8월 이전까지 여성 인재풀 확보가 시급하다. 기존 MBA(경영학석사) 과정에도 사외이사 역량을 갖추기 위한 교육과정은 제공된다. 하지만 정규 교육 과정을 밟으면 최소한 3~4학기가 걸리기 때문에 당장 여성 사외이사들이 현장에서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교육을 압축적으로 전수하는 과정을 마련했다는 게 김 학장의 설명이다.

2018년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3.6%에 그치고,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이보다 더 낮은 3.1% 수준이다. 김 학장은 “공무원, 법조 등의 분야에선 40% 가까운 여성 인재가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에서는 여전히 여성 인력 비중이 작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등에선 여성 사외이사가 대학에서 별도의 양성 과정을 개설하지 않아도 기업 내에서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사외이사의 여성 비중은 노르웨이 스위스 45%, 프랑스 영국이 35~40%이고, 아시아에서도 중국은 20~30%인데 한국과 일본이 한 자릿수로 유독 낮다”고 전했다. 지난 50년간 남성 중심의 기업 문화로 성장하다 보니 사외이사에 대한 판단 기준도 남성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해당 기준에 드는 여성 사외이사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김 학장의 지적이다.

그는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여성 임원이 최고 의사결정기구에서 활약할 기회는 마련됐지만 단순히 ‘구색 맞추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기업 경영의 전문적인 지식과 의사결정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학장은 여성 사외이사는 미래 기업 경영에서 ACE형 인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가 언급한 ACE는 △미학적 감수성(aesthetic)과 안목 △양심적 윤리성(conscientious) △공감능력(empathy) 등이다. 시장의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고, 소비자에 대한 공감능력과 윤리성을 바탕으로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에서 지속 가능한 경영을 이끌 것이란 게 김 학장의 설명이다. 그는 “칼리 피오리나 전 HP 최고경영자(CEO), 멕 휘트먼 전 이베이 CEO처럼 국내에서도 사외이사 제도 개선을 계기로 여성 인재들이 기업 경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