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서울 주요 대학에서는 올해 2학기 해외 유학생들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호주, 유럽 등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한국의 방역과 K팝 등의 영향까지 더해져 외국인 유학생이 오히려 더 몰려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경희대에 따르면 2020학년도 2학기 학부 외국인 신입생 지원자는 633명으로 전년도 2학기(616명)에 비해 17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어학당 학생과 외국인 교환학생 수가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한양대도 2학기 학부 외국인 신입생 지원자 수가 10%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성균관대 역시 외국인 대학원생 지원자 수가 소폭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양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지원자 수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경쟁률이 1학기보다 높아졌다”며 “코로나19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2학기 해외 유학생 지원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해당 대학들은 한국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커지면서 코로나19 여파에도 유학을 택한 학생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 유학생은 학위과정을 밟으려면 장기간 체류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미국, 유럽보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 유학을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경희대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한류 붐에 따라 한국 유학을 선택하는 학생이 많아졌다”며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유럽 등으로의 유학길이 막히면서 한국을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 학생이 최근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1학기 외국인 유학생 감소 충격이 다소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대학 중 외국인 유학생 수가 가장 많은 곳은 경희대로 472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성균관대(4189명), 고려대(4189명), 연세대(3322명), 중앙대(2914명) 순이다.

최근 학위과정을 밟는 해외 유학생은 급격히 늘어났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학위과정 유학생은 10만215명으로 집계됐다. 학위과정 유학생이 2018년 8만6036명, 2017년 7만2032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새 28% 이상 증가한 셈이다.

중앙대 관계자는 “비대면 수업이 정착되면 유학생들은 굳이 한국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수업을 들을 수 있으니 또 다른 장점이 있다”며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총 유학생 수 감소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실제 교환학생과 어학연수생 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줄어들었다. 경희대를 비롯해 성균관대, 고려대, 중앙대 등 주요 대학은 모두 비학위과정 유학생이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교환학생 프로그램과 한국어학당 운영이 중단된 여파다. 지난해 비학위과정 유학생은 5만9950명으로 조사됐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