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증시 '5대 키워드', 동학개미·비대면…증시 주도세력·종목 모두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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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휘둘린 상반기 증시 '5대 키워드'
“모든 것이 예상을 뛰어넘었다.”
올 상반기 국내 증시를 설명할 수 있는 한 줄의 문장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세계 증시를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세계 중앙은행이 나서 돈을 풀었다. 유가는 처음으로 마이너스 영역을 밟았다. 풀린 돈은 증시를 다시 고점으로 끌어올렸고, 비대면 시대 새로운 주도주가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개미들이 시장을 이끄는 ‘동학개미’ 시대를 맞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로 ‘혼란스러운 미래’가 눈 앞에 다가왔다”며 “4차 산업혁명 관련주가 증시 주도주로 자리잡았고, 무제한 화폐 발행을 주장하는 현대통화이론(MMT)이 현실화했다”고 말했다. 상반기 증시를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1) 롤러코스터
주가만 보면 원점이다. 올 1월 2일 코스피지수 종가는 2175.17이었다. 지난 26일 2134.65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이 기간 급반등했다. 2월 14일 2243.59를 기록한 뒤 내려앉았다. 3월 19일 1457.64(종가)까지 35.03% 폭락했다. 24거래일밖에 안 걸렸다. 반등도 더 빨랐다. 24일 만인 4월 23일 저점 대비 31.36% 회복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하락을 시작한 뒤 저점까지 292일 걸렸고, 저점 대비 30% 오르며 추세적 상승이 이어지기까지 99일 소요됐다.
코스피지수의 회복 속도는 세계적으로 돋보였다. 저점부터 최근까지 46.45% 올라 S&P500지수(34.49%), 유로스톡스50지수(34.30%), 닛케이225지수(36.00%), 상하이종합지수(12.01%) 등을 10% 이상 웃돌았다.
(2) 동학개미
올 상반기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내다 팔았다. 3월부터 지난 26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1조5832억원어치를 팔았다. 글로벌 리스크를 감안해 신흥국 비중을 줄이려는 이들에게 한국은 타깃이 됐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50~1180원 정도에서 유지되다가 3월 1200원대로 올라간 뒤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주가 급락에 개인들이 나섰다. ‘동학개미 운동’으로 불리며 증시를 떠받쳤다. 개인이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쓸어 담은 물량은 20조8398억원어치에 이른다. 증시 폭락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보고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대부분 받아냈다. 기관은 이 기간에 순매수와 순매도를 왔다 갔다 하며 평행선을 탔다.
(3) 주도주로 급부상한 BBIG7
주가가 폭락한 뒤 반등하는 동안 주도주도 변화했다. 중공업, 에너지, 은행 등 구경제 종목은 주가가 지지부진했다. 반면 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등 4개 분야에서는 두 배 이상 오른 종목이 속출했다. 특히 이들 분야의 대표 종목 7개는 ‘BBIG7’으로 불리며 시장을 이끌었다. 비대면 대표 종목인 카카오와 네이버는 코스피지수 저점부터 최근까지 각각 104.85%, 86.81% 올랐다. 셀트리온(123.21%) 삼성바이오로직스(121.31%) 등 바이오 대표 종목, LG화학(117.83%) 삼성SDI(102.19%) 등 2차 전지주, 엔씨소프트(71.51%) 등 게임주도 주도주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4) 마이너스 유가
4월 20일은 경제사에 기록될 만한 날이 됐다.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37.63달러를 기록했다. 배럴당 37달러를 주고 석유를 판 날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자 저장시설이 모두 차버렸다. 파생상품 트레이더들이 실물 인도를 피하기 위해 돈을 쥐여주며 물량을 밀어냈다.
국내에서는 엉뚱하게 원유 선물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개인이 막대한 손실을 봤다. 유가가 떨어졌을 때 개인은 “저가 매수하겠다”며 원유 선물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을 수천억원어치 쓸어 담았다. 괴리율이 수천% 이상으로 치솟아도 매수 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비이성적 투자는 손실로 돌아왔다.
(5) 주식도 해외직구
이 기간에 개인들은 해외로도 눈을 돌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개인과 기관 합산, 증권사의 자기자본 투자는 제외)의 해외 주식·채권 투자 잔액은 3월 말 50조2475억원에서 최근 59조6664억원으로 급증했다. 사상 최고치다.
이들은 미국 우량 기술주에 주로 투자했다. 26일 기준으로 아마존 보유 잔액이 1조233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마이크로소프트(1조1402억원), 애플(1조118억원), 알파벳(8240억원) 등도 5위권에 들었다. 전기차 종목 테슬라(1조1132억원)도 많이 사들였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올 상반기 국내 증시를 설명할 수 있는 한 줄의 문장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세계 증시를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세계 중앙은행이 나서 돈을 풀었다. 유가는 처음으로 마이너스 영역을 밟았다. 풀린 돈은 증시를 다시 고점으로 끌어올렸고, 비대면 시대 새로운 주도주가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개미들이 시장을 이끄는 ‘동학개미’ 시대를 맞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로 ‘혼란스러운 미래’가 눈 앞에 다가왔다”며 “4차 산업혁명 관련주가 증시 주도주로 자리잡았고, 무제한 화폐 발행을 주장하는 현대통화이론(MMT)이 현실화했다”고 말했다. 상반기 증시를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1) 롤러코스터
주가만 보면 원점이다. 올 1월 2일 코스피지수 종가는 2175.17이었다. 지난 26일 2134.65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이 기간 급반등했다. 2월 14일 2243.59를 기록한 뒤 내려앉았다. 3월 19일 1457.64(종가)까지 35.03% 폭락했다. 24거래일밖에 안 걸렸다. 반등도 더 빨랐다. 24일 만인 4월 23일 저점 대비 31.36% 회복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하락을 시작한 뒤 저점까지 292일 걸렸고, 저점 대비 30% 오르며 추세적 상승이 이어지기까지 99일 소요됐다.
코스피지수의 회복 속도는 세계적으로 돋보였다. 저점부터 최근까지 46.45% 올라 S&P500지수(34.49%), 유로스톡스50지수(34.30%), 닛케이225지수(36.00%), 상하이종합지수(12.01%) 등을 10% 이상 웃돌았다.
(2) 동학개미
올 상반기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내다 팔았다. 3월부터 지난 26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1조5832억원어치를 팔았다. 글로벌 리스크를 감안해 신흥국 비중을 줄이려는 이들에게 한국은 타깃이 됐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50~1180원 정도에서 유지되다가 3월 1200원대로 올라간 뒤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주가 급락에 개인들이 나섰다. ‘동학개미 운동’으로 불리며 증시를 떠받쳤다. 개인이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쓸어 담은 물량은 20조8398억원어치에 이른다. 증시 폭락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보고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대부분 받아냈다. 기관은 이 기간에 순매수와 순매도를 왔다 갔다 하며 평행선을 탔다.
(3) 주도주로 급부상한 BBIG7
주가가 폭락한 뒤 반등하는 동안 주도주도 변화했다. 중공업, 에너지, 은행 등 구경제 종목은 주가가 지지부진했다. 반면 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등 4개 분야에서는 두 배 이상 오른 종목이 속출했다. 특히 이들 분야의 대표 종목 7개는 ‘BBIG7’으로 불리며 시장을 이끌었다. 비대면 대표 종목인 카카오와 네이버는 코스피지수 저점부터 최근까지 각각 104.85%, 86.81% 올랐다. 셀트리온(123.21%) 삼성바이오로직스(121.31%) 등 바이오 대표 종목, LG화학(117.83%) 삼성SDI(102.19%) 등 2차 전지주, 엔씨소프트(71.51%) 등 게임주도 주도주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4) 마이너스 유가
4월 20일은 경제사에 기록될 만한 날이 됐다.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37.63달러를 기록했다. 배럴당 37달러를 주고 석유를 판 날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자 저장시설이 모두 차버렸다. 파생상품 트레이더들이 실물 인도를 피하기 위해 돈을 쥐여주며 물량을 밀어냈다.
국내에서는 엉뚱하게 원유 선물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개인이 막대한 손실을 봤다. 유가가 떨어졌을 때 개인은 “저가 매수하겠다”며 원유 선물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을 수천억원어치 쓸어 담았다. 괴리율이 수천% 이상으로 치솟아도 매수 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비이성적 투자는 손실로 돌아왔다.
(5) 주식도 해외직구
이 기간에 개인들은 해외로도 눈을 돌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개인과 기관 합산, 증권사의 자기자본 투자는 제외)의 해외 주식·채권 투자 잔액은 3월 말 50조2475억원에서 최근 59조6664억원으로 급증했다. 사상 최고치다.
이들은 미국 우량 기술주에 주로 투자했다. 26일 기준으로 아마존 보유 잔액이 1조233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마이크로소프트(1조1402억원), 애플(1조118억원), 알파벳(8240억원) 등도 5위권에 들었다. 전기차 종목 테슬라(1조1132억원)도 많이 사들였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