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세 홀 반전 또 반전…'멧돼지의 함정'서 승부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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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시 현상·돌개바람…팔색조 같았던 포천힐스CC 코스
16~18번홀 뜻하는 보어 트랩
고비마다 상위권 선수들 '발목'
기권한 김효주도 경기 내내 진땀
16~18번홀 뜻하는 보어 트랩
고비마다 상위권 선수들 '발목'
기권한 김효주도 경기 내내 진땀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0 기간 내내 ‘팔색조’의 얼굴을 드러냈다. 선수들은 경기 첫 티오프를 하는 1번홀(파5)과 10번홀(파5)에서부터 코스가 만들어 내는 착시 현상과 싸워야만 했다. 티잉 그라운드 방향에 맞춰 정렬하면 티샷이 코스 밖으로 나가기 일쑤였다. 티잉에어리어와 페어웨이가 일직선이지 않은 탓에 보이는 시야와 정렬이 혼돈을 일으킨 것. 행운의 여신은 장맛비와 돌개바람을 양손에 들고 선수들을 시험했다.
승부처가 된 보어 트랩
인(in) 코스인 팰리스 코스의 ‘보어 트랩’은 이번 대회 우승자 향방을 가릴 승부처가 됐다. ‘멧돼지의 함정’이라는 뜻의 보어 트랩은 대회 16(파3), 17(파4), 18(파5)번홀을 뜻한다. 클럽하우스를 중심으로 붙어 있는 이 세 홀은 공중에서 내려다봤을 때 멧돼지의 눈과 어금니를 연상케 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최대 복병이 된 곳은 18번홀. 18번홀은 이번 대회 가장 쉬운 홀로 집계됐는데, 오히려 선수들의 명암을 갈랐다. 선수들은 기준타수보다 0.257타 적은 4.743타의 평균타수를 기록했다. 파5홀이지만 짧은 전장(455m) 때문에 선수들은 자신 있게 2온을 노렸다. 안나린, 하민송, 전우리, 이민영, 박채윤 등 다섯 명이 이글을 낚았다. 대회 전체 나온 이글(8개)의 62.5%가 나온 셈. 버디도 117개나 쏟아졌다.
하지만 승부의 중요한 순간마다 상위권 선수들의 공을 집어삼켰다. 버디를 노리고 올라온 선수들은 몸에 힘이 들어가곤 했다. 17번홀에서 이어진 언덕을 올라오며 밸런스가 무너지기도 했다. 3라운드에선 이소미(21)와 선두 경쟁을 벌이던 김효주(25)가 티샷이 우측으로 밀리면서 순위가 뒷걸음질했다.
티잉 에어리어로부터 약 260야드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입을 벌린 두 개의 벙커도 복병이었다. 2라운드 공동선두에 올랐던 지한솔(24)은 3라운드 티샷이 벙커에 빠지면서 우승컵을 들어올릴 기회를 놓쳤다. 최종라운드에서도 벙커의 위협은 계속됐다. 선두를 1타 차로 추격하던 이소미의 티샷이 벙커 함정에 빠진 것. 이소미는 결국 18번홀에서 1타를 잃으며 공동 3위로 주저앉았다.
17번홀(349m)은 페어웨이 왼쪽에 길게 자리한 벙커가 선수들의 실력을 가늠하는 ‘시금석’ 역할을 했다. 선수들은 조금만 ‘감기는 샷’이 나오면 벙커에 빠지거나 깊은 러프라는 ‘페널티’를 받았다. 16번홀(149m)에선 내리막 프린지 근처에 꽂힌 까다로운 핀 위치가 장애물이었다.
우승자도 고생한 ‘마의 12번홀’
통계상 선수들이 가장 고전한 곳은 12번홀(파4·341m)로 집계됐다. 나흘간 평균 타수가 4.154타로, 선수들은 기준 타수보다 0.154타를 더 쳤다. 15m 안팎의 좁은 페어웨이는 프로 선수들에게도 큰 장애물로 다가왔다. 이번 대회 우승자 김지영(24)의 최종 라운드 노보기 행진을 막아선 곳도 이 홀. 왼쪽에 있는 워터 해저드를 의식한 김지영의 티샷이 밀리면서 벙커에 빠졌다. 김지영은 “페어웨이가 좁은 이 홀이 포천힐스CC 코스에서 가장 어려운 홀”이라며 “벙커에서 친 세컨드 샷도 그린 앞 개울에 빠질 뻔했다”고 말했다.
12번홀부터 15번홀(파4)까지 이어지는 홀에서는 돌개바람이 선수들을 괴롭혔다. 이소영(23)은 “티샷을 준비할 때랑 샷을 한 뒤의 바람 방향이 급변했다”며 “처음 생각한 방향을 믿고 빠르게 치는 전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1라운드에 내렸던 비는 코스의 난도를 날마다 바꿔 놨다. 그린이 부드러워지면서 유리알 그린에 대한 선수들의 고민을 덜어준 것. 하지만 급변하는 그린스피드라는 새로운 숙제를 내놨다. 1라운드 코스 가운데 17번째로 쉬웠던 17번홀은 날씨가 갠 2라운드에는 그린이 빨라지면서 네 번째로 어려운 홀로 돌변했다. 김아림(25)은 “날씨에 따라 그린 빠르기가 변해 고전했다”고 말했다.
9번홀(파4·366m), 5번홀(파4·343m)도 선수들을 막아선 장애물이었다. 선수들은 두 홀에서 각각 기준 타수보다 0.024타, 0.128타를 더 쳤다. 행운의 여신이 대회 내내 미소를 띤 곳은 8번홀(파4). 17번째로 쉬웠던 이 홀에선 선수들이 기준타수보다 0.246타 적은 3.746타를 쳤다. 3~4라운드에서 222m로 전장이 당겨지자, 장타자들은 대다수 ‘1온’을 노렸다. 이지연(24)과 김우정(22), 정시우(19)가 이 홀에서 이글을 낚았다.
포천힐스CC=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승부처가 된 보어 트랩
인(in) 코스인 팰리스 코스의 ‘보어 트랩’은 이번 대회 우승자 향방을 가릴 승부처가 됐다. ‘멧돼지의 함정’이라는 뜻의 보어 트랩은 대회 16(파3), 17(파4), 18(파5)번홀을 뜻한다. 클럽하우스를 중심으로 붙어 있는 이 세 홀은 공중에서 내려다봤을 때 멧돼지의 눈과 어금니를 연상케 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최대 복병이 된 곳은 18번홀. 18번홀은 이번 대회 가장 쉬운 홀로 집계됐는데, 오히려 선수들의 명암을 갈랐다. 선수들은 기준타수보다 0.257타 적은 4.743타의 평균타수를 기록했다. 파5홀이지만 짧은 전장(455m) 때문에 선수들은 자신 있게 2온을 노렸다. 안나린, 하민송, 전우리, 이민영, 박채윤 등 다섯 명이 이글을 낚았다. 대회 전체 나온 이글(8개)의 62.5%가 나온 셈. 버디도 117개나 쏟아졌다.
하지만 승부의 중요한 순간마다 상위권 선수들의 공을 집어삼켰다. 버디를 노리고 올라온 선수들은 몸에 힘이 들어가곤 했다. 17번홀에서 이어진 언덕을 올라오며 밸런스가 무너지기도 했다. 3라운드에선 이소미(21)와 선두 경쟁을 벌이던 김효주(25)가 티샷이 우측으로 밀리면서 순위가 뒷걸음질했다.
티잉 에어리어로부터 약 260야드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입을 벌린 두 개의 벙커도 복병이었다. 2라운드 공동선두에 올랐던 지한솔(24)은 3라운드 티샷이 벙커에 빠지면서 우승컵을 들어올릴 기회를 놓쳤다. 최종라운드에서도 벙커의 위협은 계속됐다. 선두를 1타 차로 추격하던 이소미의 티샷이 벙커 함정에 빠진 것. 이소미는 결국 18번홀에서 1타를 잃으며 공동 3위로 주저앉았다.
17번홀(349m)은 페어웨이 왼쪽에 길게 자리한 벙커가 선수들의 실력을 가늠하는 ‘시금석’ 역할을 했다. 선수들은 조금만 ‘감기는 샷’이 나오면 벙커에 빠지거나 깊은 러프라는 ‘페널티’를 받았다. 16번홀(149m)에선 내리막 프린지 근처에 꽂힌 까다로운 핀 위치가 장애물이었다.
우승자도 고생한 ‘마의 12번홀’
통계상 선수들이 가장 고전한 곳은 12번홀(파4·341m)로 집계됐다. 나흘간 평균 타수가 4.154타로, 선수들은 기준 타수보다 0.154타를 더 쳤다. 15m 안팎의 좁은 페어웨이는 프로 선수들에게도 큰 장애물로 다가왔다. 이번 대회 우승자 김지영(24)의 최종 라운드 노보기 행진을 막아선 곳도 이 홀. 왼쪽에 있는 워터 해저드를 의식한 김지영의 티샷이 밀리면서 벙커에 빠졌다. 김지영은 “페어웨이가 좁은 이 홀이 포천힐스CC 코스에서 가장 어려운 홀”이라며 “벙커에서 친 세컨드 샷도 그린 앞 개울에 빠질 뻔했다”고 말했다.
12번홀부터 15번홀(파4)까지 이어지는 홀에서는 돌개바람이 선수들을 괴롭혔다. 이소영(23)은 “티샷을 준비할 때랑 샷을 한 뒤의 바람 방향이 급변했다”며 “처음 생각한 방향을 믿고 빠르게 치는 전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1라운드에 내렸던 비는 코스의 난도를 날마다 바꿔 놨다. 그린이 부드러워지면서 유리알 그린에 대한 선수들의 고민을 덜어준 것. 하지만 급변하는 그린스피드라는 새로운 숙제를 내놨다. 1라운드 코스 가운데 17번째로 쉬웠던 17번홀은 날씨가 갠 2라운드에는 그린이 빨라지면서 네 번째로 어려운 홀로 돌변했다. 김아림(25)은 “날씨에 따라 그린 빠르기가 변해 고전했다”고 말했다.
9번홀(파4·366m), 5번홀(파4·343m)도 선수들을 막아선 장애물이었다. 선수들은 두 홀에서 각각 기준 타수보다 0.024타, 0.128타를 더 쳤다. 행운의 여신이 대회 내내 미소를 띤 곳은 8번홀(파4). 17번째로 쉬웠던 이 홀에선 선수들이 기준타수보다 0.246타 적은 3.746타를 쳤다. 3~4라운드에서 222m로 전장이 당겨지자, 장타자들은 대다수 ‘1온’을 노렸다. 이지연(24)과 김우정(22), 정시우(19)가 이 홀에서 이글을 낚았다.
포천힐스CC=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