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의 'ASEAN 톺아보기' (44)] 미로 속의 미얀마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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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 수(수 어머니)의 만수무강을 빕니다.” 미얀마 양곤에는 6월 19일 아웅산수지 국가고문의 75회째 생일을 축하하는 포스터와 간판이 나붙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축하 행사는 열리지 않았지만, 한 시내버스 회사는 기념으로 무료 승차 서비스를 제공했다. 미얀마중앙은행은 모든 지폐에 그의 부친인 아웅산 장군의 초상화를 넣을 것임을 밝혔다. 아웅산 장군의 전기영화도 가을 상영을 목표로 제작 중이라고 한다. 이런 조치들은 아웅산수지의 집권여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오는 11월 총선에서 미얀마 독립영웅 아웅산 장군의 이미지를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5년마다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 아웅산수지도 출마한다.
2015년 11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아웅산수지는 54년간의 군부통치를 종식시키고 문민정부를 출범시켰다. 20여 년간의 가택연금 등 탄압 속에서 민주주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그의 등장은 새로운 미얀마에 대한 열망과 함께 높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아웅산수지 정부는 시작부터 많은 암초에 부딪혔다. 군부가 자신들의 기득권과 영향력 유지를 위해 2008년 제정한 헌법 때문이다. 헌법상 가족이 외국 국적인 경우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아웅산수지는 별세한 남편과 두 아들이 영국 국적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대신 그는 총리급에 해당하는 국가고문과 외교장관 직책을 맡았다.
한편 헌법개정은 의원 75%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상·하원 의석의 25%를 군 인사로 할당하고 있어 군부 동의 없이는 헌법개정이 불가능하다. 또 군부는 국방장관, 내무장관 및 국경수비장관의 지명 권한을 갖고 있고 주요 국가안보문제를 다루는 국방안보평의회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군부는 ‘국가 안의 국가’와 같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개헌·국가통합·경제부흥 과제 산적
아웅산수지 정부가 출범과 더불어 내건 3대 개혁과제는 소수종족과의 평화협상을 통한 국가 화해, 헌법개정 및 경제 발전이었다. 한결같이 어려운 문제다. 게다가 2017년 8월 로힝야족 탄압 문제로 국제사회의 비난과 압력에 봉착하게 됐고, 최근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미얀마 경제는 더욱 곤경에 처해 있다. 그런 면에서 11월 총선은 아웅산수지 정부의 그간 실적을 평가하고 미얀마 국민이 그리는 미래에 대한 의사 표출의 기회가 될 것이다.
미얀마는 68%를 차지하는 버마족과 134개 소수종족으로 이뤄진 다종족 복합사회다. 따라서 국가 통합의 방법과 형식은 국가 건설의 핵심사항이었다. 미얀마 종족 간 갈등의 역사는 영국 식민지시대의 분할통치에 연유한다. 영국은 소수종족들에게 자치를 부추기며 버마족과 소수종족이 서로 견제하도록 했다. 2015년 총선에서 소수종족들이 아웅산수지의 민주주의민족동맹에 힘을 실어준 것은 버마화를 강력 추구했던 군부와 달리 자치권이 부여된 연방제 실현의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아웅산수지는 아웅산 장군이 주도한 1947년 ‘팡롱합의’의 정신을 바탕으로 소위 ‘21세기 팡롱회의’를 통해 소수종족들과의 평화협상을 해오고 있으나 자치권 수준, 무장해제 방법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가 안 국가' 군부 특권 축소가 관건
헌법개정 문제는 민주개혁을 위해 군부에 부여된 지나친 특권을 어떻게 축소하느냐가 핵심이다. 현 헌법으로는 군부가 동의하지 않는 한 헌법개정이 불가능하다는 게 딜레마다. 아웅산수지는 군부의 협력을 얻기 위해 군에 할당된 상·하원 25% 의석을 일괄 폐지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등 타협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군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아웅산수지 정부는 ‘미얀마 지속가능개발계획(2018~2030)’, ‘11대 개혁의제’, 신투자법 및 회사법 제정 등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룩함으로써 최빈국을 탈피하고자 노력해 왔다. 2016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해제 및 특혜관세 부여는 ‘아시아의 마지막 미개척지’ 미얀마에 대한 경제협력의 열기를 고조시켰다. 그러나 로힝야 사태가 미얀마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서방권의 외국인 투자는 위축되고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졌다. 거기에 코로나 사태까지 덮쳤다.
총선이 4개월여 남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주요 개혁과제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아웅산수지가 2015년만큼의 결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메콩 비전’을 통해 식민지배와 전쟁을 극복하고 민주주의와 경제 부흥을 이룩한 우리의 경험을 미얀마 등 메콩국가들과 공유함으로써 공동번영을 추구할 것임을 천명했다. 미얀마가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고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주목하고 성원해야 한다.
김영선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 前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
2015년 11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아웅산수지는 54년간의 군부통치를 종식시키고 문민정부를 출범시켰다. 20여 년간의 가택연금 등 탄압 속에서 민주주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그의 등장은 새로운 미얀마에 대한 열망과 함께 높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아웅산수지 정부는 시작부터 많은 암초에 부딪혔다. 군부가 자신들의 기득권과 영향력 유지를 위해 2008년 제정한 헌법 때문이다. 헌법상 가족이 외국 국적인 경우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아웅산수지는 별세한 남편과 두 아들이 영국 국적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대신 그는 총리급에 해당하는 국가고문과 외교장관 직책을 맡았다.
한편 헌법개정은 의원 75%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상·하원 의석의 25%를 군 인사로 할당하고 있어 군부 동의 없이는 헌법개정이 불가능하다. 또 군부는 국방장관, 내무장관 및 국경수비장관의 지명 권한을 갖고 있고 주요 국가안보문제를 다루는 국방안보평의회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군부는 ‘국가 안의 국가’와 같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개헌·국가통합·경제부흥 과제 산적
아웅산수지 정부가 출범과 더불어 내건 3대 개혁과제는 소수종족과의 평화협상을 통한 국가 화해, 헌법개정 및 경제 발전이었다. 한결같이 어려운 문제다. 게다가 2017년 8월 로힝야족 탄압 문제로 국제사회의 비난과 압력에 봉착하게 됐고, 최근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미얀마 경제는 더욱 곤경에 처해 있다. 그런 면에서 11월 총선은 아웅산수지 정부의 그간 실적을 평가하고 미얀마 국민이 그리는 미래에 대한 의사 표출의 기회가 될 것이다.
미얀마는 68%를 차지하는 버마족과 134개 소수종족으로 이뤄진 다종족 복합사회다. 따라서 국가 통합의 방법과 형식은 국가 건설의 핵심사항이었다. 미얀마 종족 간 갈등의 역사는 영국 식민지시대의 분할통치에 연유한다. 영국은 소수종족들에게 자치를 부추기며 버마족과 소수종족이 서로 견제하도록 했다. 2015년 총선에서 소수종족들이 아웅산수지의 민주주의민족동맹에 힘을 실어준 것은 버마화를 강력 추구했던 군부와 달리 자치권이 부여된 연방제 실현의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아웅산수지는 아웅산 장군이 주도한 1947년 ‘팡롱합의’의 정신을 바탕으로 소위 ‘21세기 팡롱회의’를 통해 소수종족들과의 평화협상을 해오고 있으나 자치권 수준, 무장해제 방법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가 안 국가' 군부 특권 축소가 관건
헌법개정 문제는 민주개혁을 위해 군부에 부여된 지나친 특권을 어떻게 축소하느냐가 핵심이다. 현 헌법으로는 군부가 동의하지 않는 한 헌법개정이 불가능하다는 게 딜레마다. 아웅산수지는 군부의 협력을 얻기 위해 군에 할당된 상·하원 25% 의석을 일괄 폐지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등 타협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군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아웅산수지 정부는 ‘미얀마 지속가능개발계획(2018~2030)’, ‘11대 개혁의제’, 신투자법 및 회사법 제정 등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룩함으로써 최빈국을 탈피하고자 노력해 왔다. 2016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해제 및 특혜관세 부여는 ‘아시아의 마지막 미개척지’ 미얀마에 대한 경제협력의 열기를 고조시켰다. 그러나 로힝야 사태가 미얀마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서방권의 외국인 투자는 위축되고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졌다. 거기에 코로나 사태까지 덮쳤다.
총선이 4개월여 남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주요 개혁과제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아웅산수지가 2015년만큼의 결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메콩 비전’을 통해 식민지배와 전쟁을 극복하고 민주주의와 경제 부흥을 이룩한 우리의 경험을 미얀마 등 메콩국가들과 공유함으로써 공동번영을 추구할 것임을 천명했다. 미얀마가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고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주목하고 성원해야 한다.
김영선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 前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