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은 한때 국내 시가총액 10위권에 든 종목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오던 2015년에는 아모레퍼시픽이, LG생활건강은 최근까지도 10위 안에 있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 타격의 장기화로 순위에서 밀려났다. 면세점 판매 비중이 높지만 관광객 입국이 사실상 중단돼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 또 중국에서는 공격적인 가격 마케팅을 앞세운 글로벌 대형 브랜드에, 국내에서는 뚜렷한 정체성을 보유한 소형 브랜드에 치이며 실적 개선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
中시장 경쟁 격화에 면세점 매출 절벽…주름살 깊어진 'K뷰티 대장주'
면세점 악화 직접 타격

최근 증권사들은 잇따라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SK증권, 이베스트증권, 삼성증권 등이다. 2분기 실적 부진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주가도 약세다. 이달 들어 LG생활건강 주가는 4.45%,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6.13% 하락했다.

가장 큰 타격은 면세점에서 왔다. 면세점 한 달 매출은 올 1월 17억4300만달러(약 2조900억원)에서 5월에는 8억2800만달러(약 9924억원)로 급감했다. 면세점 업황이 나빠지면 대형 화장품 회사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가장 큰 매출처 가운데 하나가 면세점이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2분기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한 2889억원, 아모레퍼시픽은 35.3% 감소한 568억원으로 예상했다. 작년 아모레퍼시픽은 영업이익의 80%를, LG생활건강은 40%를 면세점 채널에서 창출했다.

힘겨운 중국 내 경쟁

두 회사는 중국 현지 시장에서 출구를 찾고 있지만 이것도 만만치 않다. 판로가 막힌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브랜드도 중국 현지 공략에 나서며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정우창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글로벌 럭셔리 화장품 업체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중국에서 과거 몇 년간 볼 수 없었던 할인 및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반면 국내 브랜드는 가격을 낮추고 있지 못한 상태”라며 “이는 국내 업체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징둥닷컴에 따르면 6·18 쇼핑 페스티벌에서 프랑스의 랑콤과 일본의 SK-II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각각 580%, 260% 증가했다. LG생활건강의 후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182%, 142% 증가에 그쳤다. 상반기 대규모 소비 이벤트에도 면세점 부진을 상쇄할 만큼의 판매량을 기록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전영현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경쟁사 대비 국내 화장품주 주가 회복이 더디지만 단기간 내 주가 키 맞추기가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3월 19일 증시가 저점을 기록한 이후 로레알(25.26%), 시셰이도(19.82%), 에스티로더(17.65%) 등 글로벌 브랜드가 반등하는 동안 아모레퍼시픽은 4.08% 떨어졌다.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도 힘겨워

오프라인의 부진을 온라인이 상쇄해주리란 기대도 빗나갔다. 2분기 국내 화장품의 온라인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지만 그 효과는 소형 화장품사가 누렸다. 전영현 SK증권 연구원은 “기업 규모가 작은 3CE, 디어달리아, 시드물과 같은 비상장 인디 브랜드는 높은 온라인 채널 비중을 유지해 소비자의 채널 변화에서 큰 수혜를 봤다”고 말했다. 인디 브랜드란 뚜렷한 원칙을 갖고 차별화한 브랜드 콘셉트를 보유한 독립 브랜드를 의미한다. 3CE는 다양한 색조, 디어달리아는 비건, 시드물은 순한 성분을 특징으로 내세우며 소비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앞으로 전망은 차이가 난다. 아모레퍼시픽은 4분기에나 회복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연초 계획한 점포 구조조정이 성과를 내지 못해 2분기 중국 법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이니스프리 매출 하락세가 다소 진정되고, 광군제 특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4분기가 돼야 중국 매출이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LG생활건강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위생용품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현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1분기 LG생활건강의 깜짝 실적을 이끌었던 위생용품 부문의 수요가 받쳐줘 상대적으로 탄탄한 방어막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