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수사심의위원 과반이 법률가…"여론재판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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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위원 구성 살펴보니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등
표결한 13명 중 7명 法전문가
"사건 모르는 비전문가 아니야
정치적 성향도 비교적 중립적"
일부 위원들 당일 검찰과 공방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등
표결한 13명 중 7명 法전문가
"사건 모르는 비전문가 아니야
정치적 성향도 비교적 중립적"
일부 위원들 당일 검찰과 공방
지난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지 및 불기소’를 권고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의 절반 이상이 법률 전문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에서 사건을 잘 모르는 비전문가들이 ‘여론재판’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지만, 실제 위원들 면면을 뜯어보면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률가 기자 종교인 교사 등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 위원들의 정치적 성향도 비교적 중립적이었다는 평가다.
의견 낸 13명 중 7명 법률가
29일 법조계·학계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 및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다룬 검찰수사심의위원회 회의에는 15명의 위원 중 양창수 위원장의 회피로 14명만 참석했다. 이 중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김재봉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뺀 13명이 표결에 참여해 10 대 3으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의결했다.
13명의 위원을 보면 법학 관련 학과 교수가 3명, 현직 변호사가 4명으로 법률 전문가가 절반을 넘었다. 이 밖에 경영학과 교수, 기자, 종교인, 교사 등으로 다양한 전문 직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형사법 전문가인 A교수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이 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사건과 관련해 과거 “에버랜드 CB의 저가 발행은 애초부터 법리적으로 볼 때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증여 목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유죄로 인정될 소지가 컸다”면서도 “다만 비상장 주식 가치를 산정할 만한 법적 기준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형량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상법 및 자본시장법 전문가인 B교수는 2018~2019년 여러 언론 매체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문제에 대해 “회계원칙의 변경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금융당국은 이를 존중해줘야 한다”며 “삼바가 법을 위반했다고 볼 만한 의심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C변호사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당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도 다수 함께했다.
D교수는 민법 전문가다. 자신의 땅에 들어선 타인의 묘를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한 분묘기지권(墳墓基地權)이 재산권 침해인지 조상 숭배를 위해 존중해야 하는 관례인지를 놓고 다툰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분묘기지권 유지 쪽을 대변했고, 여성의 종중권에 반대하는 등 전공분야에서는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그러나 사회주의 법학자인 안톤 멩어의 《가난한 사람의 민법》을 번역하는 등 사회주의 경제적 기본권을 주장하기도 했다.
종교인인 E씨는 지난해 통일부가 주최한 ‘6·15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새해맞이 연대모임’ 남측 참가자였다. 또 다른 종교인인 F씨는 2012년 쌍용자동차 노조 단식농성장을 방문하고, 당시 이유일 쌍용차 대표에게 정리해고 문제 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라고 당부하는 등 사회적 참여 활동에 적극 나섰다.
“위원들 개별 판단대로 결론”
26일 삼성과 검찰 측은 모두 당일 오전에 수사심의위 위원 명단을 받았다. 양측은 심의위원이 편파적이라고 생각되면 교체를 요구하는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회의 초반 김재봉 위원장 직무대행이 검찰과 변호인 측에 위원 가운데 기피 신청 의사가 있는지 물었을 때 양측 모두 신청하지 않았다.
B교수는 검찰이 프레젠테이션할 때 질문하면서 검찰과 공방을 벌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심의위원은 “심의위원들은 이미 (선정된 이후) 공부를 많이 해서 어느 방향으로 표결할지 생각한 뒤 회의에 임했을 것”이라며 “위원들이 당일 분위기에 따라 생각이 바뀌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심의위원도 “회의 당일 진행은 중립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법조계 한 관계자도 “이번 수사심의위 위원들의 자질과 공정성 등을 비판하는 논리를 따라가 보면 국민참여재판 제도도 당장 무력화해야 한다”며 “그동안 진행된 여덟 번의 수사심의위도 오류가 있었다고 자인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권 일각에서 그동안 검찰개혁 차원에서 수사와 기소 분리를 주장해놓고, 검찰권 남용을 견제하는 대표적 장치인 수사심의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혜정/이인혁/안효주/이수빈 기자 selenmoon@hankyung.com
의견 낸 13명 중 7명 법률가
29일 법조계·학계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 및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다룬 검찰수사심의위원회 회의에는 15명의 위원 중 양창수 위원장의 회피로 14명만 참석했다. 이 중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김재봉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뺀 13명이 표결에 참여해 10 대 3으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의결했다.
13명의 위원을 보면 법학 관련 학과 교수가 3명, 현직 변호사가 4명으로 법률 전문가가 절반을 넘었다. 이 밖에 경영학과 교수, 기자, 종교인, 교사 등으로 다양한 전문 직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형사법 전문가인 A교수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이 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사건과 관련해 과거 “에버랜드 CB의 저가 발행은 애초부터 법리적으로 볼 때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증여 목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유죄로 인정될 소지가 컸다”면서도 “다만 비상장 주식 가치를 산정할 만한 법적 기준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형량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상법 및 자본시장법 전문가인 B교수는 2018~2019년 여러 언론 매체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문제에 대해 “회계원칙의 변경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금융당국은 이를 존중해줘야 한다”며 “삼바가 법을 위반했다고 볼 만한 의심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C변호사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당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도 다수 함께했다.
D교수는 민법 전문가다. 자신의 땅에 들어선 타인의 묘를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한 분묘기지권(墳墓基地權)이 재산권 침해인지 조상 숭배를 위해 존중해야 하는 관례인지를 놓고 다툰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분묘기지권 유지 쪽을 대변했고, 여성의 종중권에 반대하는 등 전공분야에서는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그러나 사회주의 법학자인 안톤 멩어의 《가난한 사람의 민법》을 번역하는 등 사회주의 경제적 기본권을 주장하기도 했다.
종교인인 E씨는 지난해 통일부가 주최한 ‘6·15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새해맞이 연대모임’ 남측 참가자였다. 또 다른 종교인인 F씨는 2012년 쌍용자동차 노조 단식농성장을 방문하고, 당시 이유일 쌍용차 대표에게 정리해고 문제 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라고 당부하는 등 사회적 참여 활동에 적극 나섰다.
“위원들 개별 판단대로 결론”
26일 삼성과 검찰 측은 모두 당일 오전에 수사심의위 위원 명단을 받았다. 양측은 심의위원이 편파적이라고 생각되면 교체를 요구하는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회의 초반 김재봉 위원장 직무대행이 검찰과 변호인 측에 위원 가운데 기피 신청 의사가 있는지 물었을 때 양측 모두 신청하지 않았다.
B교수는 검찰이 프레젠테이션할 때 질문하면서 검찰과 공방을 벌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심의위원은 “심의위원들은 이미 (선정된 이후) 공부를 많이 해서 어느 방향으로 표결할지 생각한 뒤 회의에 임했을 것”이라며 “위원들이 당일 분위기에 따라 생각이 바뀌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심의위원도 “회의 당일 진행은 중립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법조계 한 관계자도 “이번 수사심의위 위원들의 자질과 공정성 등을 비판하는 논리를 따라가 보면 국민참여재판 제도도 당장 무력화해야 한다”며 “그동안 진행된 여덟 번의 수사심의위도 오류가 있었다고 자인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권 일각에서 그동안 검찰개혁 차원에서 수사와 기소 분리를 주장해놓고, 검찰권 남용을 견제하는 대표적 장치인 수사심의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혜정/이인혁/안효주/이수빈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