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씨는 올해 신용카드 세 장을 새로 발급받았다. 카드 발급 시 마일리지를 주는 이벤트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A씨는 카드 발급만으로 1만4000마일리지를 적립했다. 결제 실적에 따른 마일리지를 더해 올해 비행기 한 번 타지 않고 약 2만 마일리지를 쌓았다.

최근 항공업계의 마일리지 이벤트가 뜨겁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며 항공편이 급감한 것과 반대로 마일리지를 ‘뿌리는’ 이벤트는 크게 늘었다. 항공사들이 항공권 대신 마일리지 판매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은 올 들어 6개 카드회사와 손잡고 마일리지 이벤트를 여덟 번 벌였다. 결제 시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신용카드를 신청하면 최대 1만5000마일리지를 지급하는 행사다. 작년엔 이런 마일리지 이벤트가 단 한 번뿐이었다. 지급 마일리지도 최대 2500마일리지에 불과했다.

소비자가 신용카드를 통해 마일리지를 적립하면 수익은 항공사에 돌아간다. 카드회사가 1마일리지당 10~15원가량을 주고 항공사에서 마일리지를 사오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이처럼 큰 비용에도 불구하고 고객을 묶어두는 ‘록인(lock-in) 효과’를 노리고 마일리지 적립 카드를 출시한다. 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소비자들은 주로 하나의 항공사 마일리지만 모아 ‘충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현대카드는 최근 대한항공과 항공사 최초 상업자 표시 전용카드인 ‘대한항공카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단순 제휴 상품과 달리 해당 상품의 수익과 비용을 현대카드와 5 대 5로 분담한다.

항공사는 지금까지 제휴 금융상품을 통해 큰 수익을 내왔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 8월까지 약 2년 반 동안 양대 국적항공사가 국내 19개 카드사에 판매한 마일리지 수익은 1조8079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은행에도 21억원어치 마일리지를 판매했다.

크게 늘어난 마일리지 이벤트가 항공사의 ‘현금 쌓기’ 수단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항공은 올해 서울 송현동 부지를 팔아 자본을 확충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서울시의 공원 조성 계획에 가로막혔다. 마일리지 사업부(FFP) 매각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유동성 긴급 확보’를 위해 마일리지 판매에 공격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이런 마일리지 이벤트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에는 마일리지 이벤트도 카드회사와 은행 등 금융회사를 넘어 롯데의 멤버십포인트 ‘엘포인트’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들도 항공사와의 제휴는 포기하기 힘들다”며 “항공사들도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몰라 현금 유입 통로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놓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