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의붓어머니가 3일 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의붓어머니가 3일 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동거남의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40대 여성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 여성은 아이를 가방에 가둔 데 그치지 않고 가방 위에 올라가 뛰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지검 천안지청 여성·강력범죄 전담부(이춘 부장검사)는 살인과 아동복지법 위반(상습 아동학대), 특수상해 혐의로 A씨(41)를 구속기소 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일 정오경 B군(9)을 가로 50㎝·세로 71.5㎝·폭 29㎝ 크기 여행용 가방에 3시간 동안 감금했다가 같은날 오후 3시20분께 가로 44㎝·세로 60㎝·폭 24㎝의 더 작은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

아이가 처음에 갇힌 가방 안에 용변을 봤다는 이유였다. A씨는 아이를 가둬놓고 중간에 3시간가량 외출도 했다.

B군은 이날 오후 7시25분께 심정지를 일으킨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틀 만인 3일 오후 6시 30분쯤 저산소성 뇌 손상 등으로 숨을 거뒀다.

조사 결과 가방에 들어가 있던 B군은 "숨이 안 쉬어진다"고 수차례 호소했으나 A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방 위에 올라가 뛰기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12차례에 걸쳐 B군 이마를 요가링으로 때려 상해를 가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B군은 사망 당시 몸무게가 23kg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래인 의붓어머니 친아들은 40kg이었다. 9살 남아 평균 몸무게는 약 32kg이다.

조사 결과 B군은 친부에게도 학대를 당했으며 어린이날인 5월5일에도 머리를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당시 피해 아동 몸에서 학대 정황을 발견한 의료진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B군의 몸 곳곳에 오래된 멍과 상처가 있었고 허벅지에는 담뱃불로 데인 것 같은 상처가 있어 상습폭행 가능성이 의심됐다. A씨는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학대를 의심해 모니터링 중임에도 또 다시 피해 아동을 학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