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마법, 한지] ② 지구촌 구석구석 스며든 '생명력 넘치는'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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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잿물 이용해 보존력·복원성 탁월…세계 각국서 우수성 인정·활용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전세계 잇는 '문화전령사' 역할할 것" 1년 전 '동유럽의 진주'로 불리는 크로아티아에서 작지만 뜻깊은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블랙 앤드 화이트(black & white)'를 주제로 한 이 사진전에서는 전주 한지로 인화한 크로아티아 풍경 사진 70점이 소개됐다.
크로아티아 사진작가들은 한국 작가들이 한지로 인화한 사진의 따뜻함과 섬세함에 흠뻑 매료됐다.
한지를 매개로 한 이 사진전 개막식에서 이고로 프레로 프세 크로아티아 공사는 "마치 살아서 숨 쉬는 듯한 생명감을 느낄 수 있는 한지에 푹 빠졌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전주시와 더 다양한 문화 교류를 희망했다.
이후 크로아티아 사진작가들은 부드럽고 강하며 수명이 긴 한지의 전통적 제조 방법을 배우고 구매하기 위해 전주를 방문하곤 했다.
그러면 전주 한지는 왜 세계 시장을 독점한 일본의 화지(和紙)보다 우수한 것일까.
치수 안정성(가공 처리 때 가로·세로 줄어듦의 비율이 낮음)과 장력, 복원성, 보존력 등이 월등한 것은 원재료인 닥나무와 제조기법에 그 비밀이 있다.
닥나무는 리그닌 성분이 풍부해 방충 효과가 뛰어나다.
리그닌이 많으면 쉽게 산화돼 종이 수명이 짧아지는데, 선조들은 이를 강알칼리성인 잿물에 삶아 일광 표백함으로써 중성화했다.
콩대나 메밀대 등으로 자연 잿물을 만듦으로써 천년이 가도 변하지 않는 종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화학 잿물을 사용하는 일본의 화지가 내·외부적 영향으로 화학적·물리적 성질이 쉽게 나빠지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질기고 강한 성질은 제작 기법에서 보태진다.
화지의 섬유조직 배열은 한방향이어서 찢어지기에 십상이지만, 한지는 위아래와 옆으로 90도로 교차하여 만들어진다.
마치 한자의 우물 정(井)자와 같은 형태다.
이처럼 방충 효과가 뛰어나고 질기고 강한 한지의 성질은 1천300년 가까이 된 '무구 정광 대다라니경'을 온전히 만날 수 있게 해줬다.
'무구 정광 대다라니경'은 다라니경문을 두루마리 형식으로 적어 놓은 것으로, 751년에 만들어진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이다.
1966년 불국사 석가탑 보수·해체 과정에서 다른 유물들과 함께 발견됐는데, 그전까지는 일본의 '백만탑다라니(770년)'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물이었다.
일본의 '백만탑다라니'를 보기좋게 2위 자리로 밀어내면서 전통 한지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다.
경북 문경·안동, 강원 원주 등과 함께 전통 한지의 맥을 이어온 전주시는 이런 우수성을 지닌 한지의 내수에 그치지 않고 세계화에 발벗고 나섰다.
올해로 24년째 한지문화 축제를 이어온 전주시는 2007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관저를 전주 한지와 전북 공예품 등으로 꾸며 큰 호응을 얻자 2009년 외교부와 함께 재외공간 한스타일 공간연출 사업에 뛰어들었다.
각국에 있는 한국 대사관저 등을 대상으로 했다.
미국 시애틀, 영국 런던 등에 있는 한국 대사관저 창호를 전주 한지로 싹 바꾸고 한지로 만든 등, 병풍, 쿠션, 조각보 등 공예품 등으로 꾸몄다.
딱딱하고 근엄하기까지 한 사무실이 전통 사랑방으로 거듭났다.
이렇게 지난해까지 재외공관 28곳에 전주 한지가 스며들었다.
교민들은 향수를 느꼈고, 현지 방문객들은 감탄했다.
이는 프랑스 루브르 박관물에 있는 신성 로마 제국 황제인 막시밀리안 2세(1527∼1576) 책상의 부서진 손잡이 복원과 이탈리아의 교황 요한 23세 박물관이 소장한 둘레 4m짜리 지구본 복원에 우리 한지가 사용된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전 세계 문화재 복원 중심지로 꼽히는 이탈리아와 교황청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한지를 활용해 소장 문화재를 복원하는 사례가 최근 점차 늘고 있는데, 이는 재질이 뛰어난 전주 한지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방증한다.
전주시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한지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각국의 제지 장인과 유수의 박물관 관계자를 거의 매년 초청해 기록물 복원용지로, 산업제품 재료로 적합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상용화를 꾀하고 있다.
나아가 국제연합(UN) 유네스코와 전주 한지를 세계문화유산 보존 재료로 활용하는 것을 뼈대로 한 'LOI(의향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더불어 국내는 물론 프랑스와 일본, 인도, 베트남, 이탈리아 등 각국을 넘나들며 한지를 알리는 국제콘퍼런스와 전시회도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최락기 전주시 문화관광 체육국장은 "전주의 훌륭한 자산인 한지의 가치를 인정하고 활용하는 나라가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각국에 뿌려놓은 국제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주 한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한지가 머지않아 K팝이나 K방역처럼 세계를 연결하는 문화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하며 한류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전세계 잇는 '문화전령사' 역할할 것" 1년 전 '동유럽의 진주'로 불리는 크로아티아에서 작지만 뜻깊은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블랙 앤드 화이트(black & white)'를 주제로 한 이 사진전에서는 전주 한지로 인화한 크로아티아 풍경 사진 70점이 소개됐다.
크로아티아 사진작가들은 한국 작가들이 한지로 인화한 사진의 따뜻함과 섬세함에 흠뻑 매료됐다.
한지를 매개로 한 이 사진전 개막식에서 이고로 프레로 프세 크로아티아 공사는 "마치 살아서 숨 쉬는 듯한 생명감을 느낄 수 있는 한지에 푹 빠졌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전주시와 더 다양한 문화 교류를 희망했다.
이후 크로아티아 사진작가들은 부드럽고 강하며 수명이 긴 한지의 전통적 제조 방법을 배우고 구매하기 위해 전주를 방문하곤 했다.
그러면 전주 한지는 왜 세계 시장을 독점한 일본의 화지(和紙)보다 우수한 것일까.
치수 안정성(가공 처리 때 가로·세로 줄어듦의 비율이 낮음)과 장력, 복원성, 보존력 등이 월등한 것은 원재료인 닥나무와 제조기법에 그 비밀이 있다.
닥나무는 리그닌 성분이 풍부해 방충 효과가 뛰어나다.
리그닌이 많으면 쉽게 산화돼 종이 수명이 짧아지는데, 선조들은 이를 강알칼리성인 잿물에 삶아 일광 표백함으로써 중성화했다.
콩대나 메밀대 등으로 자연 잿물을 만듦으로써 천년이 가도 변하지 않는 종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화학 잿물을 사용하는 일본의 화지가 내·외부적 영향으로 화학적·물리적 성질이 쉽게 나빠지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질기고 강한 성질은 제작 기법에서 보태진다.
화지의 섬유조직 배열은 한방향이어서 찢어지기에 십상이지만, 한지는 위아래와 옆으로 90도로 교차하여 만들어진다.
마치 한자의 우물 정(井)자와 같은 형태다.
이처럼 방충 효과가 뛰어나고 질기고 강한 한지의 성질은 1천300년 가까이 된 '무구 정광 대다라니경'을 온전히 만날 수 있게 해줬다.
'무구 정광 대다라니경'은 다라니경문을 두루마리 형식으로 적어 놓은 것으로, 751년에 만들어진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이다.
1966년 불국사 석가탑 보수·해체 과정에서 다른 유물들과 함께 발견됐는데, 그전까지는 일본의 '백만탑다라니(770년)'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물이었다.
일본의 '백만탑다라니'를 보기좋게 2위 자리로 밀어내면서 전통 한지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다.
경북 문경·안동, 강원 원주 등과 함께 전통 한지의 맥을 이어온 전주시는 이런 우수성을 지닌 한지의 내수에 그치지 않고 세계화에 발벗고 나섰다.
올해로 24년째 한지문화 축제를 이어온 전주시는 2007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관저를 전주 한지와 전북 공예품 등으로 꾸며 큰 호응을 얻자 2009년 외교부와 함께 재외공간 한스타일 공간연출 사업에 뛰어들었다.
각국에 있는 한국 대사관저 등을 대상으로 했다.
미국 시애틀, 영국 런던 등에 있는 한국 대사관저 창호를 전주 한지로 싹 바꾸고 한지로 만든 등, 병풍, 쿠션, 조각보 등 공예품 등으로 꾸몄다.
딱딱하고 근엄하기까지 한 사무실이 전통 사랑방으로 거듭났다.
이렇게 지난해까지 재외공관 28곳에 전주 한지가 스며들었다.
교민들은 향수를 느꼈고, 현지 방문객들은 감탄했다.
이는 프랑스 루브르 박관물에 있는 신성 로마 제국 황제인 막시밀리안 2세(1527∼1576) 책상의 부서진 손잡이 복원과 이탈리아의 교황 요한 23세 박물관이 소장한 둘레 4m짜리 지구본 복원에 우리 한지가 사용된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전 세계 문화재 복원 중심지로 꼽히는 이탈리아와 교황청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한지를 활용해 소장 문화재를 복원하는 사례가 최근 점차 늘고 있는데, 이는 재질이 뛰어난 전주 한지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방증한다.
전주시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한지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각국의 제지 장인과 유수의 박물관 관계자를 거의 매년 초청해 기록물 복원용지로, 산업제품 재료로 적합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상용화를 꾀하고 있다.
나아가 국제연합(UN) 유네스코와 전주 한지를 세계문화유산 보존 재료로 활용하는 것을 뼈대로 한 'LOI(의향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더불어 국내는 물론 프랑스와 일본, 인도, 베트남, 이탈리아 등 각국을 넘나들며 한지를 알리는 국제콘퍼런스와 전시회도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최락기 전주시 문화관광 체육국장은 "전주의 훌륭한 자산인 한지의 가치를 인정하고 활용하는 나라가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각국에 뿌려놓은 국제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주 한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한지가 머지않아 K팝이나 K방역처럼 세계를 연결하는 문화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하며 한류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