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때 믿을 건 달러뿐?…달러예금, 700억달러 육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달러화를 국내 투자자들이 갈수록 많이 사들여 은행에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자 외화예금 가운데 미국 달러화 예금이 700억달러에 육박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5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의 외화예금은 809억20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27억4000만달러 증가했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6개월 이상 국내에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 기업이 보유한 국내 외화예금의 총합이다. 지난 2월부터 증가세를 지속하며 2018년 3월(813억3000만달러) 이후 2년3개월여 만에 다시 800억달러를 넘어섰다.

거주자 외화예금 추이를 보면 ‘달러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달러화 예금은 699억2000만달러로, 전달에 비해 19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한 달간 증가한 외화예금의 약 70%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예금에 돈이 몰리는 건 국제 기축통화인 달러의 특징으로 설명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달러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달러화 정기예금도 다른 예·적금과 같이 연 1% 남짓한 이자를 준다. 이자수익으로만 보면 굳이 가입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가 침체하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국면에서는 위력을 발휘한다. 원·달러 환율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올 1월 달러당 1100원대 중반에서 3월 말 1290원까지 올랐다. 최근 진정세를 거듭해 12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시기에 차익 실현 달러 매도(달러화 예금 해약)가 늘지만 올해는 이런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은행들 설명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달러당 환율이 하루 20∼30원씩 폭등할 때도 일선 영업점에는 ‘지금이라도 달러를 사야 하느냐’는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시중은행 한 자산관리센터(PB) 팀장은 “최근 달러화 예금에 처음 가입하는 자산가도 늘었다”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포트폴리오에 처음 눈뜬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