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캠코는 은행을 포함한 모든 금융회사와 개인연체채권 매입펀드 시행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지난 29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금융회사는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어느 정도 독촉을 하다가 해당 채권을 대부업체 등 채권 추심회사에 팔아버린다. 이자를 받지 못하고 원금 회수 가능성도 적은 대출 채권을 손에 쥐고 있느니 싼값에라도 넘기는 게 이익이라고 생각해서다. 은행 등으로부터 채권을 사들인 추심업체는 여러 수단을 동원해 빚 독촉을 한다. 만약 실패하면 또 다른 추심업체에 채권을 재매각하기도 한다. 채무자들이 과도한 추심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개인 신용대출을 해 준 금융회사가 과잉 추심을 하거나 연체채권을 추심업체에 파는 일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은행 등 금융회사로서는 부실채권을 무작정 계속 갖고 있기 어려울 수 있다. 이자를 못 받는 대출 규모가 커지면 자산건선성에 ‘빨간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정부는 금융회사가 부실자산의 과도한 증가를 우려해 불가피하게 처분을 하고자 할 때는 캠코에만 매각할 수 있도록 했다. 캠코는 은행과 저축은행, 보험사, 신용카드·캐피털사 등 여신전문회사, 농협·신협 등 상호금융회사 등 3700여 개 전 금융권으로부터 최대 2조원어치의 개인 연체채권을 매입할 계획이다.
캠코가 사주는 채권은 올 2월부터 연말까지 연체가 발생한 개인 무담보대출이다. 신용대출 전체가 포함된다. 담보나 보증이 있는 대출이라면 담보나 보증을 초과한 부분이 매입 대상이다. 예를 들어 집을 담보로 1억원을 빌렸는데 집을 팔아 8000만원밖에 못 갚았을 경우 2000만원에 대해서는 캠코 프로그램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다만 법원이나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조정절차가 진행 중인 채권이나 채권의 효력이 있는지를 다투는 채권존부 분쟁채권 등은 제외된다.
캠코에 개인 신용대출 연체채권 매입 대상이 되면 곧바로 모든 추심 행위가 금지된다. 채권 매입 신청이 접수되자마자 금융회사는 지체없이 추심을 중지하고 캠코와 채권 거래계약을 맺어야 한다. 캠코는 이런 방식으로 사들인 채권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기 전까지 높은 이율의 연체가산이자(정상 이자는 부과)를 물리지 않고 상환 요구 등 적극적인 추심을 하지 않는다. 또한 채무자 소득 회복 정도에 따라 대출 상환을 최장 2년까지 늦춰 주거나 최장 10년에 걸쳐 장기분할상환을 허용한다. 최대 60%까지 빚을 깎아줄 수도 있다.
개인 신용대출 연체채권 매입 신청은 금융회사와 채무자가 모두 할 수 있다. 채무자는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을 신청했으나 조정에 실패했을 때 가능하다. 만약 채무자가 채권을 사달라고 한 뒤에 금융회사가 신복위 채무조정안에 동의하면 신청을 철회할 수도 있다. 개인 채무자가 신청하면 캠코는 해당 채권을 갖고 있는 금융회사에 접수 사실을 알려준다. 금융회사가 채무자는 빚을 갚을 재산이 없다고 확인해 주면 캠코가 연체 채권을 매입한다.
매입 신청은 내년 6월 30일까지 받는다. 코로나19 사태 상황에 따라 신청 기간은 늘어날 수 있다. 온크레딧 웹사이트와 캠코 12개 지역본부에서 접수한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