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전복 기도' 고(故) 원충연 대령…재심서도 유죄 확정
박정희 정권의 전복을 기도했다가 사형을 선고받고 26년 동안 옥살이를 한 고(故) 원충연 대령이 재심에서도 유죄를 확정 받았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원 전 대령의 유족이 제기한 재심 사건 상고심에서 원 전 대령에게 국가보안법 위반과 군형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징역 15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원 전 대령은 1965년 동료 군인들과 군사 쿠데타를 모의했다. 박 전 대통령이 민간에 정권을 이양하겠다는 ‘5·16 혁명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수천명의 병력을 동원해 대통령과 중앙정보부장, 국방부 장관, 내무부 장관, 수도경비사령관 등을 체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거사일을 1965년 5월 16일로 정했지만 그 해 5월 7일 모의가 발각됐다. 원 전 대령은 군사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수감됐다. 그는 1981년 대통령 특사로 풀려났으며, 2004년 사망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 10년 만인 2014년 원 전 대령의 아들이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원 전 대령 측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계’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며 “그러나 원 전 대령 등이 조직한 단체는 위계질서나 지휘통솔체제를 갖추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일부 요인들과 대통령을 체포하는 등의 활동을 계획했다고 하더라도, 그 목적이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대한민국의 존속과 발전을 위한 것이었다”며 “이를 국가변란의 목적을 가진 것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심은 원 전 대령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정부참칭 또는 국가변란의 목적이 있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헌법 상 허용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않고, 자신들의 군사상 지위 등을 이용해 지휘 하에 있는 병력을 동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루고자 했다면 그 역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반민주적 세력에 의한 쿠데타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자칫 대항세력과의 사이에 무력 충돌로 이어질 경우 무고한 국민의 상당수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매우 큰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고도 덧붙였다.

2심도 원 전 대령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며 유죄 판결했다. 다만 원 전 대령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 위반과 군형법 위반 혐의가 ‘상상적 경합’에 해당한다고 보고 감형했다. 상상적 경합이란 한 행위가 여러개의 죄외 해당할 때 가장 중한 죄명으로만 처벌하는 것이다. 가령 한 사람이 칼을 들고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훼손했다면 그에게 손괴죄가 아닌 살인죄만 적용하는 식이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유족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