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냐 보존이냐' 공방…민간특례 사업 놓고 천안서 전국 첫 주민 투표도
시민단체 "토지 매입해 공원 조성해야…중앙 정부 예산 지원 절실"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 D-1…여의도 면적 55배 도시공원서 해제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에 대한 일몰제(이하 일몰제)가 7월 1일 시행된다.

일몰제는 지방자치단체가 도시공원 계획을 고시한 후 20년 동안 사업을 시행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공원 용지에서 해제되는 제도다.

일몰제에 대응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일부는 도시공원 개발을 전면 봉쇄하고, 일부는 아파트와 친환경생태공원을 포함한 개발 계획을 추진하면서 주민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 전국 도시공원 158.5㎢ 해제…여의도 면적 55배
오는 1일 일몰제가 시행되면 전국적으로 158.5㎢가 도시공원에서 해제된다.

이는 여의도 면적(2.9㎢) 약 55배 규모다.

서울시내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은 132곳에 걸쳐 총 118.5㎢에 이른다.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 D-1…여의도 면적 55배 도시공원서 해제
시는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2조9천356억원을 투입해 84곳, 6.93㎢를 매입했고, 올해 안에 3천50억원을 들여 79곳, 0.51㎢도 사들일 방침이다.

68곳, 69.2㎢는 도시관리계획상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용도구역을 변경했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은 신축이나 기존 건축물 용도변경을 함부로 할 수 없다.

서울에는 그간 도시자연공원구역이 없었는데 이번에 공원을 지켜내기 위해 처음 도입했다.

대전시는 일몰제 대상 공원 26곳 가운데 난개발이 우려되는 12곳을 매입한다.

숲을 복원하거나 공원내에 음악당·공연시설 등을 설치해 주민 문화시설로 조성한다.

6곳은 시에서 직접 공원을 조성하고, 3곳은 민간개발 특례사업으로 개발한다.

애초 13.22㎢이던 공원 면적은 7.63㎢로 줄어든다.

시는 3천972억원을 들여 사유지를 매입할 방침이다.

광주시내 전체 도시공원 19.94㎢ 가운데 일몰제 대상 공원은 25곳, 11.00㎢로 55%가량을 차지한다.

시는 이 가운데 지난해 12월 공원 용지에서 해제한 광목공원을 제외한 장기 미집행 24개 공원을 조성하는 실시계획을 마무리했다.

9개 민간공원의 9.7%인 76만㎡에는 아파트 등 비공원 시설이 들어선다.

대구시는 2023년까지 지방채 4천400억원을 포함한 총 4천800억원을 들여 주요 도시공원 20곳의 사유지 340만㎡ 전체를 매입한다.

부산시의 경우 일몰제 영향을 받는 시 지정 시설은 150곳(76.55㎢)이다.

일몰제 대상 중 공원(50.42㎢)이 65.9%로 가장 많다.

◇ '민간 개발이냐 보존이냐' 잇단 소송전…천안서는 주민투표도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 D-1…여의도 면적 55배 도시공원서 해제
공원 녹지 보존에 가장 적극적인 지방자치단체는 서울시다.

서울시는 민간 개발을 피하기 위해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이라는 방안으로 대응했다.

법적으로는 일몰제 대상인 '도시계획시설상 공원'을 '용도구역상 공원'으로 바꿔 일몰제 적용을 피하는 것이다.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환경단체와 갈등, 업체와 소송전, 주민 투표 등이 이어지고 있다.

대전시는 한 업체에 매봉공원 민간 특례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우선 지위를 부여해 놓고서 다시 이를 뒤집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이미 상당 부분 사업 절차가 진행됐던 것으로 보이고, 공익성보다는 업체가 받게 되는 이익 침해가 더 크다"며 업체 손을 들어줬다.

현재 2심 절차를 밟고 있다.

매봉공원과 함께 월평공원 갈마지구 민간 특례사업도 추진 도중 취소됐다.

월평공원 갈마지구 우선 제안자도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천안에서는 일봉산 민간공원개발 특례사업(아파트 개발) 추진 찬반을 높고 주민투표까지 했다.

참여인 수 미달로 투표가 무산되면서 천안시가 제시한 도시공원 내 아파트 개발이 탄력을 받게 됐다.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 D-1…여의도 면적 55배 도시공원서 해제
광주시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업체 선정을 놓고 검찰 수사 등 잡음, 아파트 등 비공원 시설의 위치를 놓고 환경단체와 갈등을 보였다.

앞으로 토지 보상 과정에서는 소유주와 갈등도 예상된다.

대구 수성구 범어공원은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지주와 주민 간 갈등을 빚었다.

◇ "토지 매입 공원 조성…중앙 정부 예산 지원 절실"
시민·환경단체는 도시공원을 지켜내 녹지를 확보하려면 중앙 정부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토지주의 희생이 필요한 만큼 이들을 위한 보상 수단을 마련해야 하고,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여건 상 토지를 사들여 공원을 만들려면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지자체가 대규모 지방채를 발행하며 도시공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를 비롯한 중앙정부 인식은 제자리걸음"이라며 "중앙정부가 지정한 도시공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도시공원 부지 매입비 역시 사업비의 50% 이상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0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북행동'은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지자체 재정으로 토지를 매입해 공원으로 조성해야 하는데, 예산이 없으면 도시공원은 다시 실효된다"며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홍인철 홍창진 손상원 오수희 김준호 김지헌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