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소득세를 매달 원천징수하는 게 최악의 독소조항입니다.”

정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증권 거래세는 놔두고 주식 등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신설해 ‘이중과세’라는 비판이 제기된 데 이어 양도세를 매달 원천징수하는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잠시 이익이 났다고 세금을 미리 걷어가면 그만큼 투자액이 줄어드는 데다 향후 손실이 나서 돌려받을 세금이 있다 하더라도 직접 환급 신청을 하지 않으면 더 낸 세금도 돌려받기 힘들어서다.

이 때문에 “왜 한국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주식 양도세를 매달 떼어가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기획재정부도 “분기나 반기마다 원천징수하는 형태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정부는 주식과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의 투자 손익에 대한 양도세를 매달 개인별로 원천징수하기로 했다. 펀드와 채권, 파생상품 등의 양도세는 2022년, 주식은 2023년부터 각각 적용된다. 국내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연 2000만원, 해외주식·비상장주식·채권·파생상품의 소득은 하나로 묶어 연 250만원씩 공제한다. 공제액을 뺀 차익에 대한 양도세율은 20%(3억원 초과분은 25%)다. 양도세에 붙는 지방소득세를 더하면 투자자들이 내는 실제 세율은 22.0~27.5%다.

정부안대로라면 2023년부터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비롯한 금융투자상품에서 얻은 차익의 22%를 매달 세금으로 낸다. 예를 들어 2023년 1월 주식 투자로 총 3000만원의 이익이 났다면 그해 2월 10일께 양도세 220만원이 원천징수된다. 3000만원에서 2000만원을 공제한 뒤 1000만원에 대해 22% 세율을 적용한 금액이다. 나중에 손실이 나서 돌려받을 세금이 있다면 2024년 5월 양도세 환급 신고를 한 뒤 그해 7월 말 이후에나 찾을 수 있다. 양도세 신고를 하지 않으면 그 돈도 환급받기 힘들다. 환급받더라도 투자자는 1년7개월간 원천징수액에 복리로 붙는 이자만큼 손해를 본다.

주식투자 계좌를 여러 개 보유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가령 2023년 1월 손익이 A계좌(3000만원), B계좌(3000만원), C계좌(-3000만원)라면 전체 손익은 3000만원이다. 2월 10일께 나갈 원천징수액은 220만원이지만 2월 10일까지 계좌별로 묶이는 금액은 더 많다. 증권사별로 ‘잠정 원천징수액’이라는 명목으로 각 계좌의 양도세액을 따로 떼놓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A계좌에서 220만원, B계좌에서 220만원이 원천징수 때까지 묶인다. 2월 10일이 돼서야 A계좌에서 세금 110만원(220만원×3000/6000), B계좌에서 110만원이 인출되는 구조다.

금융투자업계는 한국의 주식 양도세율이 실제로는 외국보다 높다고 지적한다. 2022년부터 한국에 적용될 지방소득세를 합한 실질 양도세율은 최고 27.5%다. 미국(0~20%)뿐 아니라 영국(10~20%), 일본(20.315%)보다 높다.

손실을 다음해 손익과 상계할 수 있는 ‘손실 이월공제’ 기간이 짧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정부안대로라면 한국의 이월기간은 일본과 같은 3년이다. 이에 비해 프랑스는 10년이며 미국, 영국, 독일은 공제 기간을 무제한으로 두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정부안에 대해 투자자들이나 증권사별로 여러 이견이 있어 7월 7일 열리는 공청회 때 관련 내용을 정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투자자들이 요구해온 증권거래세 폐지에 대해선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은 30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증권거래세는 고빈도 매매 등과 같은 시장 불안 요인을 억제하고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매에 대한 과세를 유지하는 측면에서 존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