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성 성공한다면 기적…'생산성 주도 성장' 추진을
코로나 대응 경제정책은 '답안 없는 시험지'와 같아
증세보다는 재정효율성 높이는데 우선 집중해야
정진욱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60)가 30일 열린 한국경제학회 이사회에서 제51대 학회장으로 선출됐다. 정 교수는 내년 2월부터 이인호 현 회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뒤를 이어 한국경제학회를 이끈다.
정 교수는 이날 학회장 선출 직후 연세대 연구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시장을 규제하고 작동하지 못하도록 억누르는 정책이 많다”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시장을 옥죄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시장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이 만들어낸 합의물이고, 이 욕망은 시장을 이끌어가는 동력”이라며 “역사상 어떤 정부도 이 같은 욕망과 시장에 맞서 이긴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을 거스른 대표 정책으로 부동산 규제와 함께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꼽았다. 정 교수는 “소비자는 밤늦은 시간이든 휴일이든 원하는 물건을 사고 싶어 한다”며 “대형마트 규제로 정부가 얻을 수 있는 정책 효과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일요일에 전통시장을 방문해보면 절반가량이 문을 닫고 장사하지 않는다”며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휴일에 문을 닫는다고 사회적 편익이 늘어난다는 실증적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2013년 2월 발표한 ‘대형소매점 영업제한의 경제적 효과’ 논문에서 대형마트 영업 규제로 연간 소비가 2조원 이상 줄어든다고 추산했다.
그는 소비와 내수시장을 진작하기 위한 정부 정책을 주문했다. 정 교수는 “한국은 경제 규모가 세계 11위로, 수요 기반이 탄탄한 국가지만 정부가 내수시장을 육성하는 데 관심이 없는 듯하다”며 “소비자의 씀씀이 확대를 독려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 규제를 풀거나 세금을 낮추는 등 기업 실적을 늘리는 여러 정책을 내놔야 한다”며 “기업 실적이 늘면 근로자 씀씀이가 커지고 소비도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이 그 어느 때보다 깊고 클 것이라고 봤다. 그는 “코로나19로 소비·투자 등 총수요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기업 등의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총공급도 줄어들고 있다”며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위축되는 등 1998년 외환위기 때보다 충격이 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에는 성공했다”면서도 “코로나19에 대응한 경제정책은 ‘답안을 써놓지 않은 시험지’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공공 일자리 확대 등에 적잖게 배정됐지만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경제의 생산성을 올리고 파급 효과가 높은 부문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와 여당에서 불거진 ‘증세론’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를 비롯한 전염병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정부가 적자 재정을 각오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재정 효율성을 높이는 데 우선 집중해야지 증세를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말”이라고 했다.
현 정부의 기본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도 작심 비판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개념은 노동경제학의 작은 주제에서 출발한 것으로, 실증적으로 증명된 이론이 아니다”며 “이론적 뒷받침이 없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현실에서 통했다면 그건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이 아니라 ‘생산성주도성장’에 관심을 둬야 한다”며 “인적 자원의 생산성을 높이고 혁신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가 생산성주도성장”이라고 했다.
■ 정진욱 교수는…
△1960년 출생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플로리다대 경제학 박사
△미국 에모리대 조교수
△한국연구재단 설립위원회 위원
△한국계량경제학회 회장
△한국경제학회 부회장
△연세대 교수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