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시인 "詩 쓰면서 고통과 갈증 해소…정신적 목마름 풀어내"
“시는 살아가면서 느끼는 고통과 갈증을 하나씩 해소할 수 있는 과정이에요. 그게 평생 시를 쓰게 만든 힘이죠.”

지난달 30일 여섯 번째 단시(短詩)집 《하루는 쿠키와 아메리카노다》로 ‘제11회 시와세계 작품상’을 받은 박준영 시인(80·사진)은 1일 전화 인터뷰에서 시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랜 시간 방송계에서 일하며 느낀 감정을 조금씩 자연스럽게 시로 풀어가며 새로운 삶의 원동력을 찾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 시인은 TBC 영화부장과 KBS TV본부장, KBS미디어 사장, 국악방송 사장 등을 지냈다. 그는 1998년 ‘한국문학’으로 등단해 22년 동안 단시를 써 왔다. 이번 시집도 서너 줄 짧은 형식의 단시가 수록된 단시집이다. 박 시인은 “단시는 짧은 글에 많은 생각을 압축해 진실의 안과 밖을 드러내는 묘미를 지닌다”며 “읽을수록 깊은 의미를 느끼고 세상과 나에 대해 성찰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시와세계’ 작품상을 받은 시는 이번 시집에 수록된 ‘자화상’ ‘돌부처’ ‘하루’ 등 7편이다. 한명희 강원대 영상문화학과 교수는 “그의 시는 무엇을 애써 주입하려하지 않고 권위적으로 남을 가르치려하지 않은 채 그저 어떤 미소를 머금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집엔 ‘일체유심조’ ‘부처님오신날’ ‘색즉’ ‘연등’ 등 불교와 관련한 시가 많다. 그는 “불교 신자인 까닭도 있지만 단시에는 스님들의 깨달음을 한마디로 내뱉는 ‘선시’와 마찬가지로 어떤 직관이 들어있기 때문”이라며 “다음 작품에는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선시적 감각을 녹여내고 싶다”고 말했다.

박 시인은 ‘개구리 왕눈이’와 ‘미래소년 코난’ 등의 인기 만화영화 주제가 가사를 쓴 작사가로도 알려져 있다. “60세가 다 돼서 등단했지만 그전부터 작사를 하며 꾸준히 글을 썼어요. 나이가 들면서 충족 못 하는 게 두 가지 있었는데 바로 종교와 문학이었어요. 단시를 쓰면서 그런 정신적 목마름을 자연스럽게 풀 수 있었습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